양적완화 여파 갈라진 IMF… 선진국 VS 신흥국 대립구도
입력 2012-10-15 18:50
세계 경기침체 및 재정위기 극복을 위해 세계 각국 금융정책 수장들이 머리를 맞댄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례총회가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뚜렷한 위기극복 해법이 제시되기는커녕 각국 통화정책에 대한 비난과 성토, 반박이 주를 이뤘다.
14일 폐막한 도쿄 IMF 총회에선 특히 제3차 양적완화(QE3)를 단행한 미국 등 선진국들의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이 신흥경제국들의 집중적인 성토 대상이 됐다. 선진국 대 신흥경제국, 미국 대 일본의 대결구도가 이뤄진 것이다.
◇참가국, 미국 경기부양책 성토=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양적완화를 비판하는 각국 비난을 방어하는 데 급급했다. 버냉키 의장은 “양적완화는 미국 경제 회복은 물론 미국 내 소비, 성장을 촉진시켜 세계 경제를 돕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또 연준 정책이 적절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면서 “선진국 통화정책이 신흥국에 비용을 전가했다는 주장은 확실하지 않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IMF 총회 참가국들은 미국 등 선진국의 무분별한 경기부양책이 통화량을 확대시켜 환율전쟁과 인플레이션을 부추긴다는 비난을 굽히지 않았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5일 보도했다. 특히 귀도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이 ‘반(反)버냉키’ 선봉에 섰다. 그는 연준의 극단적인 통화정책은 이기적인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 대책이 계속 미뤄지면서 문제 해결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IMF 총회 개최국인 일본의 시라카와 마사키 중앙은행 총재 역시 신흥경제국 편을 들었다. 그는 선진국 경기부양책이 신흥국들엔 해로운 충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정책 입안자들은 자국의 통화정책이 다른 나라에 줄 영향을 무시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도 역시 선진국의 경기부양책이 신흥국의 경기 과열, 자산거품, 금융 불균형 등 위험을 높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의구심과 우려만 키웠다=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도쿄 총회를 의구심과 우려만 커진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열렸던 총회에서 참가국들은 단합된 행동에 나서기로 결의했으나, 이번 회의에선 서로 비난하기에 바쁜 균열된 모습만 보였다는 것이다. 특히 영토분쟁 중인 세계 2·3위의 경제대국 중국 일본 관계도 해결 징후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WSJ는 전했다. 중국은 이번 총회에 불참했다.
유럽 재정 위기에 대한 IMF 대응도 총회 참가국들의 불만을 샀다. IMF가 세계 경기침체를 유발한 유럽 국가들을 지나치게 관대하게 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미 코넬대 교수는 “신흥국들은 유럽 국가에 제공된 자금과 느슨한 재정적자 관리 등을 들며 IMF가 여전히 선진국의 하수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FT는 전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