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에 피격 14세 소녀, 파키스탄 단합 불씨로… 회복 기원 기도회 잇달아

입력 2012-10-15 18:50
탈레반을 비판하다 총상을 입은 14세 소녀 말랄라 유사프자이가 다민족·다언어 사회인 파키스탄의 어느 정치인도 이루지 못한 단결의 불씨를 제공했다. 폭스뉴스와 신화통신은 14일(현지시간) “유사프자이 총격 사건이 까다로운 이 나라를 단합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파키스탄 경제 중심지 카라치의 최대 정당인 ‘무타히다카우미운동’(MQM) 주최로 이날 열린 탈레반 규탄 시위에는 수만명의 시민들이 참가했다. 시민들은 파키스탄 국기와 유사프자이의 사진을 들고 행진하며 탈레반에 항의하는 구호를 외쳤다. 이슬라마바드 등 다른 도시에서도 탈레반을 규탄하는 시위와 유사프자이의 회복을 기원하는 기도회가 잇달아 열렸다. 일선 학교에서도 학생들이 그를 지지하는 시위를 벌이거나 특별기도회를 열고 있다.

잔인한 사건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으로 희망도 커지고 있다. 파키스탄 정부가 탈레반과 맞서 싸울 만한 명분과 동력을 얻었기 때문이다.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대통령은 10일 “파키스탄에서 탈레반 세력을 소탕할 때까지 싸움을 계속하겠다”고 밝혔고, 육군 참모총장이 이 소녀를 명문안하기도 했다. 폭스뉴스는 “파키스탄 민중들이 탈레반의 폭력과 잔혹함에 눈을 떴다”고 전했다. 그러나 낙관도 어렵다. AP통신에 따르면 탈레반 규탄 시위 참가자 수는 지난달 문제가 됐던 이슬람 조롱 영화 ‘무슬림의 순진함’ 규탄 시위 때보다도 적다.

11세 때부터 BBC 블로그에 파키스탄의 만행을 폭로하는 글을 올리며 유명세를 탄 소녀 인권운동가 유사프자이는 지난 9일 파키스탄 스와트밸리에서 탈레반 무장괴한들의 총격을 받고 중태에 빠졌다. 파키스탄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점차 회복세를 보이던 그는 15일 영국 병원으로 옮겨졌다. 탈레반은 사건 직후 유사프자이가 ‘서구식 생각’을 촉발하고 있어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혀 파문을 일으켰다. 유사프자이는 서구 언론과 접촉하며 여성 교육권을 주장해 왔다.

인구의 95% 이상이 이슬람교도인 파키스탄에서는 여성에 대한 ‘명예살인’이 사회문제화되는 등 여성인권 수준이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탈레반이 장악한 지역에서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