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주사’ 프로포폴 유통 85% 불법 사용

입력 2012-10-15 22:14


40대 성형외과 의사 A씨는 최근 병원 문을 걸어 잠근 채 마취제 프로포폴 주사를 5∼6차례 연달아 맞다가 병원에 실려 갔다. 중독은 프로포폴 주사를 맞은 수술환자의 한마디로 시작됐다. “밤새 푹 잔 기분”이라는 환자의 말에 불면증에 시달리던 A씨는 프로포폴에 손을 댔다. 빈도는 한 달, 일주일, 하루 간격으로 잦아졌다. 결국 A씨는 1년여 만에 병원 일마저 그만두기에 이르렀다. 지난달에는 강남의 한 여의사가 프로포폴 병을 옆에 두고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일명 우유주사로 불리는 향정신성의약품 프로포폴의 오남용이 대부분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을 통해 새나갔을 것으로 추정되는 통계자료가 발표됐다. 보건복지부는 15일 의료기관에 공급된 프로포폴 중 보험급여가 적용되는 비율이 15%에 불과하며 나머지 85%는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였다고 밝혔다. 프로포폴은 30분∼2시간 정도 마취가 필요한 수술이나 뇌질환자 등의 전신마취를 유도·유지하는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으며 이 경우 보험급여 대상이 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기준에 맞게 프로포폴을 사용할 경우 보험급여가 적용되기 때문에 비급여로 청구된 85%는 대부분 정상적인 의료행위가 아니라고 보면 된다”며 “앞으로는 의료기관으로부터 비급여 내역도 월 단위로 보고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홍기혁 대한마취통증의학회 이사장은 “프로포폴은 심정지까지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약인데 심지어 의사들마저 수면제라고 가볍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의료기관에 공급된 프로포폴 양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2009년 418만6000개에서 2010년 520만1000개로 24.3% 증가했다.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된 2011년에도 전년대비 12% 증가하는 등 2년 만에 39.2%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향정신성의약품 전체의 공급량은 0.7% 증가하는 데 그쳤다.

복지부는 이들 마약류 의약품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 생산에서 소비까지 전 과정을 추적관리하는 시스템을 도입키로 했다. 관리대상은 프로포폴 등 마취제 등으로 쓰이는 의약품 53개 성분이다. 정부는 반도체 칩을 활용한 전자태그를 향정신성의약품에 우선 적용하고 중복처방을 자동 고지하는 의약품처방조제시스템 대상에 주사제를 포함시키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현재 정부는 전년 대비 향정신성의약품 취급량이 100% 이상 증가한 기관 406곳을 대상으로 수사기관과 함께 일제 점검을 벌이고 있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