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방 철책선에 이어 정부청사까지 뚫리다니
입력 2012-10-15 21:40
군·공무원 기강 다잡고, 허술한 보안체계 쇄신해야
최전방 군부대 철책선이 북한군 병사에 뚫린 데 이어 서울 한복판에 있는 정부중앙청사에 괴한이 침입해 방화하고 숨지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군과 주요 정책을 총괄하는 행정부까지 실종된 보안의식을 드러낸 것이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군인과 공무원들에게 나랏일을 맡겼다는 것이 실로 어이없고 한심할 뿐이다.
중앙청사 방화사건의 전말을 보면 공무원들이 얼마나 보안의식과 담을 쌓고 지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정신과 치료를 받던 김모(61)씨는 14일 인화물질이 들어 있는 생수병을 배낭에 넣은 채 위조된 공무원증을 이용해 중앙청사 후문, 검색대, 스피드게이트를 차례로 통과했다.
후문을 지키는 의경이나 무선주파수인식장치(RFID) 칩이 내장된 신분증이나 출입증을 갖다 대야만 통과할 수 있는 스피드게이트를 담당한 방호원은 보란 듯이 가짜 신분증을 제시하는 김씨의 신원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무사 통과시켰다. 검색대는 지키는 방호원도 없이 꺼져 있었고, 스피드게이트 4개 가운데 1개는 열어둔 상태였다. 이어 김씨는 18층에 있는 교육과학기술부의 한 사무실에 들어가 불을 지르고 투신해 숨졌다.
중앙청사는 국무총리실 교과부 행정안전부 통일부 법제처 소방방재청 등 주요 부처 공무원 3800여명이 상주하고, 민원인도 하루 1000명가량 방문하는 핵심 국가 시설이다. 어느 시설보다 더 철통같은 보안·방호 활동이 24시간 요구되는 곳이다. 그런데도 휴일이라는 이유로 3중 보안 시스템이 사실상 먹통이었던 것이다.
북한군 병사의 ‘노크귀순’ 사건이나 중앙청사 방화·자살 사건 모두 고도로 훈련된 요원에 의해 저질러진 것이 아니다. 이런 상태의 보안·방호 태세를 유지하면서 ‘살인병기’ 수준의 혹독한 훈련을 받은 북한 특수부대원이나 국제적인 테러리스트가 공격하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생각만 해도 모골이 송연해지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사회의 보안 불감증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2008년 2월 전 국민을 망연자실하게 한 국보 1호 숭례문 방화사건, 지난 5일 전소될 뻔했던 국보 67호 화엄사 각황전 방화사건, 국가산업단지 유독가스 누출사고, 초등학교 흉기 난동사건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사전에 안전 관리와 대책 마련에 만전을 기했다면 막을 수 있는 사건·사고들이었다.
정부와 관련 기관들은 중앙청사 방화사건을 계기로 허점투성이인 현재의 보안·방호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공직 기강을 점검해야 한다. 일이 터지면 대책을 마련한다고 떠들썩하다가 여론이 잠잠해지면 유야무야되는 관행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차제에 철도 지하철 공항 등 다중이 이용하는 시설, 전력·철강·가스·석유산업 같은 기간산업, 방위산업체 등에 대한 ‘묻지마 테러 방지 대책’도 내놓아야 마땅하다. 연 8회 실시하는 방공·방재·구조·복구 활동 위주의 민방위 훈련에 보안·방호 강화 훈련을 포함시키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