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글로벌 경쟁력 없이 임직원 복지만 챙기는 농협

입력 2012-10-15 21:35

국내 농업 인구는 갈수록 줄어드는데도 농협 임직원수는 갈수록 늘고 임금도 폭발적으로 올라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농협 임직원들의 자녀들에게는 무차별적으로 장학금을 지급하면서도 농민들의 자녀들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누구를 위한 조직인지 헷갈리게 하는 대목이다. 농협이 새누리당 홍문표 의원실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나타난 결과다.

농협중앙회 임직원의 평균 연봉은 지난해 무려 7010만원으로 2009년 5585만원보다 1500만원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농가 평균 소득은 3015만원에 불과했고 빚은 2603만원에 달했다. 농업인구는 올해 290여만명으로 30여년 만에 73%나 감소했지만 농협 임직원 수는 단위 농협을 포함해 1980년 3만7511명에서 올해 8만907명으로 배 이상 늘었다. 농업인수와 소득은 갈수록 줄어드는데 농협 임직원수와 연봉이 계속 증가하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당황스럽다.

농협 임직원들은 대기업 못지않은 복지 혜택을 누리면서도 정작 농민 재교육 등을 위한 교육지원사업비는 해마다 줄어들어 지난해에는 2746억원에 불과했다. 농협이 보유한 골프회원권도 적지 않다. 농협의 주인인 농민들은 땀 흘려 일하는데 이들이 잘 살도록 돕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의 구성원들은 골프나 치고 다니란 말인지 기가 막힐 따름이다.

농협이 지난 3월 사업구조개편을 통해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해 새 출발했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농산물 판매와 유통에 집중하는 경제지주회사와 은행·보험사업을 전담하는 금융지주로 분리됐지만 이런 정신상태로 운영했다가는 멀지 않아 피 말리는 구조조정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산하 유통업체와 글로벌화된 시중 금융회사와의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데도 복지에만 관심을 가진 것 같아 한심할 따름이다.

금융부문에서 돈을 벌어 농민들을 지원하고 경제지주회사의 경쟁력을 높여 그 혜택을 되돌려 주자는 당초 개편의 목적이 달성될지 의문이다. 더욱이 한·미FTA 발효 등으로 농업의 대외개방이 현실화되고 있는 마당에 농민 재교육용 사업비를 해마다 깎는다니 도대체 제 정신인지 묻고 싶다. 사업구조개편 이후의 성적표도 이전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경우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농협은 농업인의 지위 향상과 농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이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세워졌다. 국민들의 피와 땀 같은 소중한 재원을 지원받아 다시 출발한 만큼 다시는 느려터진 공룡이란 오명을 듣지 말기 바란다. 마음을 다잡고 어려운 농업 현실을 고쳐보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농협의 주인은 농업인이란 사실을 절대로 잊지 말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