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자동 쪽방촌 카메라에 담는 송윤혁씨 “꿈틀거리는 희망을 보았습니다”
입력 2012-10-15 21:34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홈리스대책위원회와 함께 쪽방촌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는 송윤혁(28) 감독은 지난 5월 20일부터 서울 동자동의 3.3㎡(1평) 쪽방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는 감리교신학대학을 졸업한 뒤 쪽방과 노숙인 사역을 하면서 단편 다큐멘터리 영화를 계속 만들어 왔다.
15일 찾은 송 감독의 월세 16만원짜리 쪽방은 한 사람이 겨우 오르내릴 수 있는 좁은 계단 위에 있었다. 곧 무너질 것처럼 보이는 낡은 건물, 들어가 앉는 것도 힘겨워 보이는 좁고 냄새나는 화장실. 굳은 결심으로 들어간 쪽방이었지만 공동화장실을 사용하기까지 한 달의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이 좁고 냄새나는 쪽방에서 그는 지난 다섯 달간 주민들과 융화되어 갔다. 처음 넉 달은 카메라를 꺼내 들지도 못했다. 주민들이 촬영에 유난히 민감하기 때문이다. 송 감독은 “주민들이 가난한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것을 두려워해 (촬영을) 꺼린다”며 “9월이 돼서야 처음으로 카메라를 꺼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학 졸업 후 줄곧 노숙인과 쪽방 사역을 담당해 온 그였지만 쪽방에서 보낸 지난 5개월의 시간은 쪽방 주민들의 실제 삶과 그들 간의 네트워크, 그리고 사회구조적 모순을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동자동의 쪽방 주민들은 공제협동조합과 사랑방 등을 통해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가난하지만 그 안에서도 뭔가를 이루려는 꿈틀거림을 느낄 수 있었다고 송 감독은 전한다.
송 감독은 “쪽방 사람들에 대한 편견 가운데 하나가 ‘게으르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이들은 게으른 것이 아니라 게으른 사람이 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침체로 일자리가 마땅치 않을 뿐 아니라, 소득이 발생하면 그와 비례해 기초생활수급비가 삭감되기 때문에 일을 해도 소득의 총량은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이 쪽방 주민의 설명이다.
내년 2월까지 촬영 예정인 다큐멘터리는 현재 20% 정도 촬영이 진행됐다. 송 감독은 이번 다큐멘터리를 통해 쪽방 주민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조금이나마 중화시키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이곳 주민들의 삶에는 사회구조적 이유가 있는데 우리는 자꾸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려는 것 같다”며 “이 안에도 사람들의 삶이 있고,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내레이션은 직접 할 계획이지만 뜻을 같이 하는 유명인의 참여 의사가 있으면 공동작업도 대환영이다.
여전한 숙제는 비용 문제다. 홈리스대책위에서 비용 일부를 지원하고 있지만 예산 2000만원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대책위 사무국장 이석병 목사는 “이번 다큐멘터리를 통해 그들 역시 우리와 똑같은 이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기 바란다”며 “뜻있는 분들이 재정과 기도로 함께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송 감독은 “되도록 많은 교회 공동체에서 다큐멘터리가 상영돼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가 행동으로 결실을 맺길 희망한다”며 “EBS 등 공익채널에서도 방영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고 말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