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장학회 논란] 새누리, 朴대신 총대?… 최필립 퇴진 거듭 요구

입력 2012-10-15 19:06

새누리당은 언론사 지분 매각설로 논란을 빚고 있는 정수장학회에 이틀 연속 이사진 교체를 촉구했다.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직접 나서기 곤란한 사안이라고 판단해 당이 전면에 서서 압박하는 모양새다. 새누리당은 15일 사실상 최필립 이사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또 정치적 오해를 피하기 위해 지분 매각을 대선 이후로 미뤄줄 것을 요청했다. 신의진 원내대변인은 “후보와는 사전 조율이 없었고 원내 지도부에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박 후보가 정수장학회 문제에 직접 나설 경우 민주통합당에서 제기하는 ‘정수장학회 대선 개입설’에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고 보고 있다. 여당은 국정감사 기간 국회 상임위원회를 중심으로 박 후보에 대한 공세를 펼치는 야당에 맞서, 원내 지도부를 내세워 대응하는 우회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당 안팎에선 “박 후보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기 시작했다. 5·16 군사 쿠데타, 유신, 인혁당 사건 관련 발언으로 촉발됐던 과거사 논란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우려에서다. 쇄신파 김성태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후보가 (정수장학회 이사진이 교체돼야 한다는) 입장이 어느 정도 섰다면 의지를 분명하게 표출해야 한다”며 “거기에 더해 실천 의지까지 덧붙여 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스터 쓴소리’로 불리는 조순형 전 의원도 라디오에 나와 “정수장학회는 분명히 강압에 의해 헌납한 재산을 기본으로 설립됐고 오늘날까지 왔다”며 “박 후보가 법적으로는 어떻다고 하더라도 이는 정의에 어긋나는 만큼, 원상회복을 해야 한다고 선언하면 해법이 도출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역사 문제에 대한 전략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정수장학회 문제가 다시 불거질 것이란 점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지만 당에서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 같다. 지난 ‘인혁당 사건 파동’과 유사한 전개로 흘러가고 있어서 걱정”이라며 “당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더 보이기 전에 후보가 빨리 정리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지난 9월 인혁당 사건을 두고 “두 개의 판결이 나오지 않았느냐”며 2007년 무죄 판결을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해 파문을 일으켰다. 박 후보 입장이 바뀔 조짐은 보이지 않고 지지율은 흔들리자 당시 대변인이던 홍일표 의원이 전격적으로 ‘사과 브리핑’을 했다. 그러나 이상일 대변인이 바로 홍 의원 브리핑을 뒤집었고, 후보와 조율되지 않은 입장을 낸 홍 의원은 대변인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