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놀이 산행 무턱대고 갔다간 몸 망쳐요
입력 2012-10-15 18:13
배낭은 가볍게… 스틱 짚어 체중 분산… 발걸음은 사뿐사뿐
단풍으로 물든 붉은 가을 산이 사람들을 유혹하는 계절이다. 기상청은 설악산은 물론 제주도 한라산도 단풍으로 물들기 시작했다고 전한다.
아무리 높고 힘든 산이라도 단풍을 바라보며 오르는 산은 그동안의 피곤함을 눈 녹듯 사라지게 한다. 또 정상에서 감상하는 단풍은 도심의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 하지만 몸과 마음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즐거운 가을 산행에도 복병은 있다. 아무런 준비 없이 산에 올랐다가 뜻밖의 부상을 당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후유증 없이 즐길 수 있는 단풍놀이 안전산행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보폭은 가급적 작게, 안정감 확보가 중요하다=산에 오를 때는 몸이 허공에 떠 있는 시간이 적고 무게중심도 낮아지게 마련. 때문에 신체에 가해지는 체중 부하가 늘어나 관절질환이 악화되기도 쉽다.
이 같은 위험을 줄이려면 발바닥이 지면에 완전히 닿도록 해 안정감을 확보한 다음 무릎을 충분히 뻗어 펴면서 이동하는 자세로 산을 타야 한다. 또 욕심을 부려 보폭을 늘려 성큼성큼 딛기보다는 좁은 보폭으로 확실하게 안정된 자세로 걷는 것이 좋다.
반면 산에서 내려올 때는 신체의 무게 중심이 높고 허공에 떠 있는 시간이 많아 넘어져 부상을 입을 위험이 있다. 따라서 이때는 발바닥을 가볍게 지면에 접촉시키며 무릎관절을 살짝 굽혀 충격을 흡수하는 보행법이 좋다. 특히 발뒤꿈치가 먼저 땅에 닿을 수 있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앞부분이 먼저 닿으면 무게중심이 쏠려 넘어질 가능성이 크다.
배낭은 최대한 가볍게 메고, 지팡이나 스틱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체중을 분산시키는 것도 좋은 요령이다.
◇고르지 못하고 패인 길에서 발목 부상 흔하다=산행 시 안전사고는 낭떠러지 같은 험한 길보다는 울퉁불퉁 고르지 못하고, 움푹 팬 곳이 많은 산길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일반 등산로라고 해도 낙엽에 가려져 있는, 웅덩이가 많은 길에서는 발을 헛디뎌 발목을 삐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발목을 삐었을 때는 섣불리 움직이려 하지 말고 주위 사람의 도움을 청한 뒤 삔 발목이 흔들거리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하고 산을 내려와야 한다. 얼음찜질이 가능하다면 도중에 얼음찜질로 붓기를 가라앉히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 주의할 것은 한 번 삔 발은 속칭 ‘삔 데 또 삐는’ 발목 염좌 부상을 입기 쉽다는 점. 중앙대병원 정형외과 장의찬 교수는 “발목 염좌를 대수롭지 않은 질환으로 여기는 사람들의 생각이 발목관절질환을 키우고 있다”며 “염좌상을 초기에 제대로 치료하지 않아 재발을 반복하는 사람이 발목 부상자의 약 20%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염좌나 골절 등 외상을 입은 발목은 인대가 약해져 발과 발목을 연결하는 뼈가 자꾸 충돌을 일으키고, 결국 연골손상을 유발해 퇴행성관절염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산행 전에는 꼭 몸 풀기 운동으로 긴장 해소=뜻밖의 부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산에 오르기 전 준비운동을 통해 몸을 완전히 풀어서 경직돼 있는 관절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목과 어깨, 팔과 다리를 앞뒤 좌우로 충분히 뻗었다가 당겨주는 스트레칭을 산행 전 10∼15분 정도 실시해 평소 운동부족으로 뭉쳐 있기 쉬운 근육을 풀어주라는 얘기다. 평지를 약간 땀이 날 정도로 먼저 빠르게 걷고 난 뒤 스트레칭을 해주면 운동 효과가 배가된다.
평소 운동량이 부족한 사람이라면 아무리 단풍놀이가 좋다고 해도 무리한 산행은 절대 금물이다. 초행길에는 왕복 3시간 정도 코스의 산행이 적합하다. 한 시간에 약 1.6㎞ 정도를 이동하는 속도를 유지한다.
휴식은 몸이 지치고 난 후에는 소용이 없다. 때문에 산행 중 휴식 간격은 가능한 한 짧게 하는 것이 좋다. 의정부척병원 정형외과 강진석 원장은 “일반적으로 등산 경험이 많지 않은 경우 등산 중 휴식은 15∼30분 간격으로 5분 정도 쉬는 방식이 효과적”이라며 “산에서는 기온이 빨리 떨어지기 때문에 오후 4시쯤 하산까지 다 끝낼 수 있게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당부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