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안녕하십니까] 안동현 한양대 교수 “음란물 제작에 돈 대는 세력까지 근절해야”
입력 2012-10-14 19:58
안동현 한양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정신과 전문의)는 “정부 당국이 음란물로부터 청소년들을 보호하는 데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11일 만난 그는 음란물을 마약류처럼 강도 높게 단속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거나 청소년들이 부모 등의 주민번호를 도용해 음란물에 접근하기 때문에 단속이 어렵다는 하소연은 변명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정부의 역할은.
“영국에서 아동음란물 단속과 관련해 시찰을 간 적이 있는데 MI6(영국 정보부) 관리가 브리핑을 했다. 정보당국·수사당국·유관 정부부처들이 공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도 검찰·국정원 등을 총동원해야 한다. 마약처럼 적극적인 국제공조가 절실하다. 인터폴이라는 기관도 있다. 단순 유포자를 처벌하는 선에서 넘어서 음란물을 만들도록 자금을 대는 세력까지 뿌리 뽑아야 한다.”
-음란물은 청소년 정신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청소년은 인지능력과 자제력이 미숙하다. 흔히 ‘문턱이 낮다’고 표현한다. 성인이 된다는 것은 문턱을 높여가는 과정이다. 그러나 청소년기에 음란물을 많이 접하게 되면 문턱이 높아지지 않고 정체되는 경향을 보인다. 다른 사람의 고통을 공감하는 능력, 충동을 억제하는 능력 등이 떨어지게 된다. 성범죄자들에게서 이런 결함을 흔히 볼 수 있다.
-똑같이 음란물을 접하더라도 어떤 아이들은 정상적으로 자라고 어떤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그 차이를 가르는 요인은.
“가치관 정립 여부다. 가치관 정립은 부모의 책임이다. 부모가 역할을 못하면 학교나 지역사회가 개입해야 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부모가 성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줘야 한다. 성적 호기심이 왕성하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자녀가 음란물을 접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따끔하게 야단쳐야 한다. 성적 호기심이 강렬하다는 것을 공감해주면서도 (음란물이) 욕구 해소의 올바른 방식이 아니라고 지적해야 한다. 평소 성교육도 중요하다. 자연스럽게 성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줘야 한다. 예를 들어 함께 텔레비전을 보다가 낯 뜨거운 장면이 나오더라도 피하지 말고 토론을 벌여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