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쟁조정중재원 출범 6개월… 분쟁 해결기간 확 줄어
입력 2012-10-14 19:37
조현병(옛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30대 J씨는 지난 6월 초 손목을 자해해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서 응급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회복과정에서 피해망상 증상이 악화된 J씨가 병원 건물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유족들은 병원을 상대로 2억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유족들의 요청으로 중재에 나선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병원이 주의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사망한 환자가 과거에도 조현병으로 지속적 근로를 하지 못했던 점 등을 들어 배상액을 3500만원으로 낮췄다. 유족과 병원은 이 중재안을 받아들였으며 별도의 소송절차를 밟지 않았다. 분쟁은 2개월 만에 끝났다.
14일 중재원에 따르면 올해 4월 출범 후 9월 말까지 6개월간 접수된 의료분쟁 조정·중재 신청은 총 256건이었다. 지난 4월 5건에 불과했던 신청 건수는 7월 58건, 9월 70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하지만 의료기관들의 비협조로 실제 조정·중재 절차에 돌입한 건 신청 건수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실제 256건의 조정·중재 신청 중 125건(48.8%)이 의료기관의 불참으로 각하됐다. 의료기관 동의를 받아 조정·중재가 시작된 사례는 86건(33.6%)에 불과했으며 이 중 27건이 조정 완료됐다. 의료기관 참여 동의 절차가 진행 중인 사례(41건)를 제외한 215건을 놓고 보면 조정·중재 참여 비율은 40%였다. 피신청인과 신청인 모두 동의해야 조정이 시작된다.
중재원의 조정·중재 기간은 최장 4개월로 민사소송이 평균 26.3개월 걸리는 것에 비하면 매우 짧다. 비용도 최저 2만2000원(신청액 500만원 이하)으로 500만원(1심 평균)이 드는 재판비용보다 훨씬 적다. 유족이나 환자 가족들의 시위 등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계는 중재원 조정에 참여하면 환자들에게 사건 관련 증거가 공개될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제도 참여를 반대하고 있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의료 사고의 신속하고 공정한 피해 구제와 보건 의료인의 안정적 진료환경 조성을 위해 지난 4월 8일 설립됐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