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다시 오바마 구할까… 전당대회 명품연설 이어 오하이오주 유세 긴급투입

입력 2012-10-14 22:15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뚜렷한 ‘전대 효과’를 누리는 데 일등공신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었다. 지난달 4~6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클린턴은 역사에 기록될 감동적인 연설을 통해 오바마가 재선돼야 하는 이유를 유권자들에게 설득력 있게 각인시켰다. 당시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조차 부진한 경제 성적표 때문에 밋 롬니 공화당 후보와 초박빙 접전을 벌이며 전전긍긍하던 오바마와 민주당을 클린턴 전 대통령이 살려냈다고 보도했다.

클린턴이 다시 ‘오바마 구원투수’로 나선다. 지난 3일 대통령 후보 1차 TV토론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완패 이후 무서운 기세로 압박하는 롬니 후보를 막기 위해 긴급 투입되는 것이다.

오바마 캠프는 13일(현지시간) 클린턴 전 대통령과 인기 록가수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18일 오하이오주에서 함께 오바마 지지 선거유세를 한다고 밝혔다. 클린턴의 유세 지원은 그만큼 오바마 대통령의 사정이 절박하다는 의미다. 롬니 후보는 이례적으로 지난 1주일 중 나흘을 오하이오주를 누비며 ‘소나기 유세’를 퍼부었다.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에 따르면 롬니 후보 유세장에 몰린 인파가 1만명을 넘은 곳이 지난주에만 3곳에 이를 정도로 흡인력도 커지고 있다.

오하이오는 공화·민주 양측이 승리하기 위해 반드시 이겨야 할 격전지 중 격전지다. 특히 클린턴의 투입은 최근 롬니 후보 쪽으로 쏠리는 백인 노동자 계층과 무당파 유권자들을 겨냥한 족집게 처방 성격이 짙다. 오하이오주 프랭클린카운티의 민주당 의장 그렉 하스는 “복잡한 아이디어를 평이한 말로 보통사람들에게 설명하는 데 클린턴보다 뛰어난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실시 중인 조기투표는 오바마 캠프에 희망의 신호를 보냈다. 14일 로이터 통신과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가 조기투표 의사를 밝힌 유권자 67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오바마 대통령은 59%의 지지율로 31%에 그친 롬니에 압승을 거뒀다. 조기투표는 선거일의 혼잡을 막기 위해 주별로 날짜를 정해 유권자들이 선거 이전일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젊은층 참여율이 높아 오바마에 유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오바마 진영은 2008년 대선의 조기투표 지지율인 59%대 40%을 뛰어넘는 격차라며 고무된 모양새다.

사흘 앞으로 다가온 2차 대통령 후보 토론회를 앞두고 오바마 대통령은 TV토론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 CNN방송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닷새 동안 공개적인 행사에 거의 얼굴을 내밀지 않고 백악관 인근 버지니아주 윌리엄스버그의 한 휴양지에서 토론 준비에 ‘올인’하고 있다. 2차 TV토론은 16일 뉴욕주 호프스트라대학에서 열린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의 콜로라도주 덴버 선거 사무실이 총격을 받았으나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현지 경찰이 밝혔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