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라운지-정원교] 모옌, 말을 하다

입력 2012-10-14 22:17

모옌(莫言)이 마침내 말을 쏟아냈다.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이틀 뒤인 지난 13일 오후 고향인 산둥성 가오미현에 있는 가오미펑두 국제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다.

“류샤오보(劉曉波)가 가능한 한 빨리 석방되기를 바란다.” 외신들은 일제히 이 소식을 전했으나 중국 언론은 이러한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다.

‘08 헌장’ 서명을 주도하는 등 20년 넘게 중국의 정치개혁을 촉구해 2010년 노벨평화상을 옥중 수상한 류샤오보. 그는 2009년 크리스마스 때 11년형을 선고받았다. ‘08 헌장’이란 2008년 12월 중국의 진보적 학자, 변호사, 언론인, 작가 303명이 일당독재 폐지 등을 요구하면서 서명한 헌장이다.

미국 워싱턴의 민주주의 옹호단체 ‘이니셔티브 포 차이나’는 즉각 모옌에 대해 “불명예스러운 공산주의 선전활동에 참여한 작가”가 아니라 “중국 사회의 바닥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관심을 가져온 농부의 아들”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류샤오보 석방 운동을 벌여온 이 단체는 모옌이 12월 노벨문학상 수락 연설에서 류샤오보와 2년째 가택연금 상태에 있는 그의 아내 류사(劉霞)를 공개적으로 언급해주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모옌은 1955년 가오미현 둥베이샹의 보통 농민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런데도 주변에서는 ‘부유한 중농(中農)’으로 여겼다. 그 때문에 배척과 모욕을 당해야 했다. 더욱이 전국적 현상이었던 굶주림으로 인한 고통은 엄청났다.

그가 76년 인민해방군에 들어간 뒤의 일화는 유명하다. 훈련이 끝나고 부대에 배치된 뒤 한꺼번에 만두 18개를 먹어치운 것이다. 지휘관은 그가 군량미를 축낼까봐 취사병이 아닌 보초병으로 돌렸다고 한다. 모옌이 일관되게 다루고 있는 ‘잔혹한 현실’과 ‘배고픔’은 바로 그 주변의 일이었다.

“노벨문학상은 문학상이지 정치상이 아니다.” “내가 거리에서 구호를 외치진 않았지만 사회의 어두운 면을 맹렬히 비판했다.” 입으로보다는 글로 말하겠다던 그였지만 이날은 아니었다. 우리는 그가 겪은 고뇌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정원교 특파원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