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기정 선생 탄생 100주년 기념관 문 열어… “민족 마라톤 영웅 되살아나다”
입력 2012-10-14 22:21
“조국 땅에서 구김살 없이 달릴 수 있는 젊은이는 행복하다. 그들이 달리는 것을 누가 막겠는가.”
손기정기념관 안내 브로셔 마지막 페이지에 적힌 글이다. 고 손기정 선생은 1945년 광복 직후 열린 해방경축종합경기대회에서 광복의 기쁨을 이렇게 표현했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딴 손 선생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손기정기념관이 문을 열었다. 서울 중구와 손기정기념재단은 14일 오전 10시 서울 만리동 손기정체육공원에서 손기정기념관 개관식을 가졌다. 행사엔 김황식 국무총리, 최창식 중구청장, 손기정 선생 유족 등 600여명이 참석했다.
기념관은 손 선생 모교인 양정의숙 건물을 리모델링해 만들어졌다. 이 건물은 그동안 손기정문화체육센터로 사용돼 왔다. 중구는 기념관을 만드는 데 국비와 시비, 구비 등 총 58억5000만원을 투입했다.
기념관은 지상 2층, 전체 면적 1600㎡ 규모다. 1층에는 2개의 상설전시실과 영상실이 들어섰다. 전시실에는 손 선생의 일대기가 적힌 기록물이 전시돼 있으며, 베를린올림픽 우승 당시 모습도 코스별로 상세히 기록돼 있다. 손 선수가 성장하며 겪었던 일화와 주변 인물을 소개한 자료도 공개됐다. 마라톤 우승 금메달과 상장, 월계관 등도 전시됐다.
손 선생이 다니던 시절의 양정의숙 교실 모습도 재현됐다. 블루스크린을 통해 손 선생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지상 2층은 기획전시실, 강당, 교육실, 회의실 등으로 활용된다.
김성태 손기정기념재단이사장은 기념사에서 “독도 영유권, 위안부 문제 등 일본이 아직도 과거사에 대해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지 않는 상황에서 많은 학생들이 손기정에 대해 모르는 게 현실”이라며 “숱한 과거의 멸시보다 더 가슴 아픈 것은 바로 스스로 영웅을 기억에서 지워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족의 한을 안고 42.195㎞를 달린 손기정 선수의 나라사랑 의지를 모두의 가슴에 새겨야 할 것”이라고 했다.
손 선생의 장남 정인씨는 “일본은 역대 올림픽에서 금메달 130개를 땄지만 일본에 남아 있는 것은 129개이고 나머지 한 개는 바로 손기정기념관에 있다”며 “이 기념관을 찾는 모든 사람이 일본에서 딴 금메달이 왜 한국에 전시돼 있는지 깨닫고 돌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