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2012년 목표 달성 ‘빨간불’… 국내선 내수 부진·해외선 수주 감소

입력 2012-10-14 22:18


국내 기업들의 올해 실적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일부 기업은 기대치보다 높은 ‘깜짝 실적’을 거뒀지만 계속되는 글로벌 경제위기 탓에 아직은 안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기업 대부분은 업종을 망라하고 연초에 세웠던 경영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내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몇 년 전부터 어려움에 빠진 건설업계는 올 들어서도 상황이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미분양 물량이 누적되고 공공 발주도 급감한 데다 ‘믿는 도끼’였던 해외 발주마저 물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최근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한 극동건설을 포함해 시공능력 평가 100위권 건설기업 중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에 들어간 회사는 모두 21개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상반기 선전했던 GS건설은 3분기에 내수 감소와 해외 경쟁 심화로 수주와 영업이익이 기대치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물산은 하반기 수주를 계획했던 프로젝트 일정이 연기되는 경우가 많아 올해 수주 목표인 16조원을 달성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유로 지역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고, 국내 주택경기도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유동성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침체와 정부 규제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유통업계도 상황은 비관적이다. 지난 6월 비상경영을 선포한 롯데그룹의 경우 핵심 역량인 롯데쇼핑의 상반기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17.3% 하락했다. 2006년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도 상반기 각각 1.6%, 0.7% 감소했다.

항공업계도 상반기 실적이 기대치에 못 미쳤다. 대한항공은 매출 12조8200억원과 영업이익 8200억원을 목표로 했으나 영업이익은 296억3600만원에 그쳤다. 여름휴가 수요 덕분에 3분기 실적은 다소 나아질 것이지만 목표치를 달성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도 4530억원 영업이익을 목표로 했으나 상반기 860억원에 그쳤다.

반면 삼성전자, 현대·기아차, 포스코 등은 불황에도 목표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판매 호조에 힘입어 3분기에 매출 52조원, 영업이익 8조1000억원을 거둔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사상 최대 실적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유로지역 재정 긴축과 미국의 성장 둔화로 내년에도 불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삼성전자 일부 계열사와 삼성생명 임원들은 오전 6시30분 ‘새벽출근’에 이어 토요일에도 상시 임원회의를 열어 경영 상황을 점검하고 위기대응 방안을 조율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700만대 판매 목표를 실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경제 침체로 소비가 위축될 경우 판매도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