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관 화재 GS건설 사장 조사… 경제민주화·재벌개혁 신호탄?

입력 2012-10-14 22:23

정부 조사 결과 지난 8월 발생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화재 사건은 국내 건설 현장에서 반복되고 있는 고질적인 안전불감증이 여실히 드러난 사건이었다. 정부도 이 같은 심각성을 깨닫고 하청업체가 아닌 시공을 맡은 GS건설의 허명수 사장 사법처리를 추진 중인 것으로 보인다.

산업재해와 관련된 원청업체 대표 사법처리는 대선 최대 이슈인 경제민주화와 직접적으로 연계돼 있어 처벌 수위 등을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화재 현장에서는 무슨 일이=14일 공개된 고용노동부 산하 서울고용노동청의 특별감독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사고 현장에서는 46건의 안전조치 미비 항목이 적발됐다.

구체적으로 시스템 동바리 가새 미설치 등 거푸집 및 거부집바리 안전조치 미비 10건, 시스템 서포트 벽이음 미설치 등 붕괴 예방조치 미비 4건이었다. 안전난간 및 작업발판 미설치 등 추락 재해 예방조치 미비는 14건이나 됐다. 낙하물 방지 그물망 미설치 등 낙하 재해 예방조치 2건이 적발됐고 각종 감전 재해 예방조치 부실은 8건이었다. 이 외 물질안전보건자료 교육 및 특별안전보건교육 미실시 등도 적발됐다.

경찰 조사에서 화재 원인은 ‘전기합선’으로 결론이 났지만 당시 건설 현장에서는 추락, 붕괴, 낙하 등 다른 원인으로 언제든 대형 참사가 발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특히 국립현대미술관 화재 현장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은 그동안 GS건설이 맡은 공사 현장에서 발생했던 사망 사고에서 이미 지적이 됐었다.

예를 들어 GS건설이 주관한 여의도 국제금융공사 공사 현장에서는 2009년과 2010년에 걸쳐 건축 자재 낙하와 근로자 추락 등으로 4명이 사망하는 중대 재해가 발생했다. 그러나 2009년 사건의 경우 현장소장과 GS건설이 각각 벌금 700만원, 다른 건설사 3곳이 각각 벌금 500만원씩 물고 끝났다. 2010년 사건에서는 현장소장이 벌금 300만원, GS건설 등 4개 건설사가 300만원씩 벌금을 물었다. 건설사 대표에 대해서는 처벌이 없거나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노동 현장의 경제민주화 신호탄 되나=구체적인 사법처리는 검찰 몫이기는 하나 서울고용노동청은 허 사장의 책임이 가볍지 않다는 입장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이 강하게 적용되면 허 사장에게는 징역 1년도 가능하다. 야당과 노동계에서는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 현장에서 경제민주화를 진전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이유다. 민주통합당 한정애 의원은 “일하는 노동자들이 죽거나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 것이 바로 경제민주화”라며 “대기업 공사 현장의 잘못된 관행을 깨는 엄격한 법 적용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야 대선 후보들도 경제민주화 및 재벌개혁 차원에서 대기업 총수에 대한 엄격한 법 적용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