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장학회 공방] 민감한 아킬레스건… 제2 과거사 논란 촉발하나

입력 2012-10-14 22:07

새누리당은 언론사 지분 매각설로 다시 부각된 정수장학회 문제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 후보와 무관하다”며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정부 조사나 법원 판결에서 장학회 설립 과정에 강압이 있었다는 사실이 인정된 만큼 박 후보 책임론이 제기될 수 있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제2의 과거사 논란’으로 확산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정현 선대위 공보단장은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정수장학회 지분 매각과 관련해서는 이쪽과 전혀 관계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민주통합당에서 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둘러싼 영토주권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선거용 정치공세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도 기자간담회를 갖고 “잘못된 게 있으면 고치려고 (정수장학회 문제를) 살펴봤지만 법률적으로 운영도 잘 되고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박 후보가 정수장학회 이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법적으로 잘못한 일이 없고 2005년 이사장직에서 물러난 후 장학회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박 후보는 지난 7월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만약 잘못이 있거나 안 되는 일을 했다면 그(노무현) 정권에서 해결이 났을 것이다. 저는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했지만 엄연히 제 개인 소유가 아니고 공익 법인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정수장학회 전신인 5·16장학회가 강압적인 재산 헌납에 의해 설립됐다는 사실이 2005년 국가정보원 과거사위원회의 조사에서 확인됐고, 고(故) 김지태씨 유족들이 제기한 항소심도 진행 중이어서 또 다른 과거사 논란으로 비화될 소지가 있다. 박 후보가 재산 헌납 과정과는 무관하지만 장학회 이름 자체가 박정희 전 대통령 부부 이름에서 따왔고 박 후보가 1995년부터 2005년까지 이사장을 지내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다. 기획담당특보로 임명된 김경재 전 의원도 정수장학회에 대한 해결책을 과거사 반성의 일부분으로 설명했다.

박 후보 측은 이를 의식한 듯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의 퇴진을 바라지만 현실적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어서 속을 태우고 있다. 야권에서는 박 후보의 책임론을 계속 제기하며 공세를 취할 태세다. 법률적인 문제와 별개로 박 후보가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국정원 과거사위원회에서 활동했던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시효 등 법적인 문제를 따지기보다 강압적으로 빼앗긴 재산이 원주인에게 돌아가는 것이 맞느냐, 틀리냐 하는 것이 본질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