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선 또 다른 관전 포인트 ‘著書 삼국지’

입력 2012-10-14 19:10


18대 대통령 선거 전쟁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로 박근혜 새누리당, 문재인 민주통합당, 안철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 간 ‘저서 삼국지’가 주목받고 있다. 안 후보와 문 후보가 각각 ‘대박 여유형’, ‘감성적 물량공세형’으로 공세를 펼치는 데 반해 박 후보는 ‘묵묵 아우라형’으로 맞선다.

14일 출판계에 따르면 저서전의 선두는 단연 ‘안철수의 생각’(김영사)을 낸 안 후보다. 7월 19일 출간 이래 3개월이 안 돼 65만부 이상 팔리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이 책은 기습작전처럼 진행된 출간 방식까지 화제를 모으며 ‘안철수 현상’을 확산시키고 있다.

문 후보 캠프는 안 후보의 대박 성공에 자극 받은 듯 물량공세로 맞선다. 지난해 6월 낸 자서전 ‘문재인의 운명’(가교)을 통해 반향을 일으킨 바 있지만 안 후보의 ‘…생각’에 질세라 다양한 형식의 저서를 수개월 사이 잇달아 냈다. 8월에 정책 비전을 담은 ‘사람이 먼저다: 문재인의 힘’(퍼플 카우), 젊은층을 겨냥한 감성적 포토 에세이 ‘문재인이 드립니다’(리더스북) 2종을 선보였다.

이어 10월에 진보적 만화가 백무현씨와 함께 ‘만화 문재인’(마이디팟)을 내놨다.

야권 두 후보의 적극적 행보와 달리 새누리당 박 후보는 이번엔 어떤 형식의 저서도 내지 않았다. 2007년 낸 자서전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위즈덤하우스)가 있을 뿐이다. 아버지 후광에 기대 정치하는 것처럼, 지난 대선 때 지은 저서의 아우라로 선거를 치르는 셈이다. 본인 저서의 부재는 지지자들의 쏟아지는 ‘용비어천가형’ 에세이가 메워주고 있다.

이번 대선에도 ‘저서형 후보’가 승리를 거머쥘까. 1997년의 15대 선거 이후 확실한 저서가 있는 대통령이 당선되는 것은 하나의 공식처럼 되어 가고 있다.

‘김대중 옥중서신’(한울) 등 각종 저서로 박학다식 이미지를 심어준 김 전 대통령은 당시 영국에서 귀국한 뒤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김영사)를 내면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렇다 할 저서가 없던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와의 차별화에 성공해 선거에서 이겼다.

이 후보는 이후 자서전 ‘아름다운 원칙’(문예당)을 냈으나 ‘여보, 나 좀 도와줘’(새터)라는 심금을 울리는 자서전으로 ‘노빠’를 탄생시킨 노무현 민주당 후보에게 패했다.

저서형 후보의 성공은 2007년 대선에서도 되풀이됐다. 국민에게 각인시킬 책이 없던 정동영 당시 대통합민주당 후보는 ‘신화는 없다’(김영사)로 샐러리맨 신화를 낳았던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게 참패했다.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저서는 대선 후보에 대한 이해도와 대중적 지지도를 높일 수 있는 무기이기 때문에 책이 대통령을 만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