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논란] “소득재분배 개념” “재벌 죽이기” 평가 엇갈려
입력 2012-10-14 18:50
여야 대선 후보 3인이 쟁점화한 경제민주화는 2차 세계대전 후 독일 내에서 성장과 배분 중 어느 것을 우선할 것인가를 둘러싼 가치논쟁이 확대 발전된 개념이다. 그러나 그 해석과 영향력을 놓고는 정반대의 주장이 나오고 있다.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는 측은 대기업의 횡포를 견제하며 소득 재분배를 공평하게 이뤄낼 수 있는 개념이라고 옹호한다. 유로존 경제위기 속에서도 독일 경제가 굳건한 것은 경제민주화 제도를 일찌감치 도입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고향 독일에서 힘을 잃은 것으로 결론 난 경제민주화가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지구 반대편 한국에서 쟁점으로 부상한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론이 많다. 이들은 독일 경제의 안정이 경제민주화 정책에서 벗어났기 때문인 데도 한국으로 유입되는 과정에서 경제민주화가 재벌·대기업 때리기로 변질됐다고 지적한다.
신자유주의 경제이론이 주류를 형성해 온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경제민주화 논의가 설 땅이 거의 없었다.
이들은 정부 주도 경제의 비효율성을 강조하며 ‘민주’라는 정치적 요소를 걷어 낸 순수한 시장경제 이론이 경제발전을 이끌 것이라고 확신했다. 여기에는 형식적인 경제적 평등보다는 보호 없는 자유경쟁, 각종 자율화, 노동시장 유연화 등으로 대표되는 탈규제 조치가 경제를 성장시키면 그 혜택이 사회로 고루 분배될 것이라는 믿음이 깔려 있다.
신자유주의 경제이론은 글로벌 경제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엄청난 공격을 받았지만 오랫동안 영향력을 잃지 않고 있다.
승전국인 영국, 미국과 달리 2차대전에서 패배한 독일은 사회안정과 경제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들을 입안했다.
특히 노동자들이 주요 지지층이었던 독일 사회민주당이 1960년대 이후 연정 등 형식으로 집권세력에 참여함으로써 경제민주화 논의는 가속화됐다. 독일 경제민주화의 대표적 법안인 확대공동결정법은 종업원 2000명 이상 대기업의 경영전략이나 임원 인사에 대한 결정권을 감사회가 갖도록 했다. 또 감사회의 반을 노동조합 대표 등 노동자 측이 구성토록 규정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민경국 강원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의 경쟁력을 손상시키는 노동자의 경영 참여 제도는 실패한 제도로 판명됐다”면서 “80년대 이후부터 경제민주화라는 말은 독일에서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폐기된 개념”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발상지 독일에서는 노동자의 권익보호, 경영참여라는 의미로 활용됐던 경제민주화가 한국에서는 일부 독일 출신 학자들에 의해 대기업 규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적 시각도 적지 않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