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논란] 총수 1인지배 방지 VS 세계에 없는 제도

입력 2012-10-14 18:50


여야 대선 후보의 경제민주화 공약 경쟁으로 이번 대선은 ‘경제민주화 전쟁’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1987년 당시 민주화와 노동운동 바람을 타고 개정헌법에 첫 등장했던 경제민주화가 25년 만에 대선의 핵심쟁점으로 주목받는 셈이다. 최근 경제민주화를 놓고 대선 후보들 간 선명성 경쟁이 치열해진 데다 관련 법안이 새정부 출범 후가 아니라 당장 이번 정기국회에서 입법화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에 따라 순환출자 금지와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 재도입, 금산분리 강화, 총수 형사처벌 강화 등 4대 핵심쟁점에 대한 논란도 격화되고 있다.

◇순환출자금지=순환출자란 계열사끼리 서로 돌아가며 지분을 갖는 고리형 소유 구조를 말한다. 재벌 총수가 실제 투자한 자본금 이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1인 지배체제’ 구축이 가능하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내놓은 계열분리명령제는 총수의 1인 지배가 불가능하도록 그룹을 강제로 쪼개는 가장 강력한 기업규제 수단이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금융기관에 한해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일반 기업에 대해 계열분리명령제를 도입한 나라는 없다. 노무현 정부 때 도입을 시도했으나 재산권 침해 등 위헌 소지가 크다는 지적으로 무산됐다.

재계는 도요타 그룹이나 명품 루이비통으로 유명한 프랑스 LVMH그룹 등도 순환출자를 하고 있는 만큼 순환출자 금지는 글로벌 스탠더드와 어긋난다고 반박한다. 순환출자 구조를 없애면서 경영권을 잃지 않으려면 막대한 자금을 쏟아 주식을 사들여야 하는데 현대차 그룹과 삼성의 경우 10조원 이상이 필요해 신규 투자와 일자리 창출도 위축된다는 것이다.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는 다른 회사의 주식을 사들일 수 있는 한도를 회사 순자산총액의 일정 비율로 제한하는 제도다. 재벌이 문어발식 확장을 통해 골목상권이나 중소기업 사업 영역까지 넘보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출총제는 그동안 정권에 따라 도입과 폐지를 반복해 이번에 도입되면 세 번째가 된다. 2009년에도 기업의 실물투자에 걸림돌이 된다는 비판을 받고 폐지된 바 있다. 전경련은 이 같은 선례에다 출총제를 금지하는 국가는 전 세계에 한 곳도 없다는 점을 들어 반박하고 있다. 아울러 출자한도로 인해 국내 기업의 국내 회사 인수가 곤란해지면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처럼 외국 자본의 인수합병(M&A)에 대항할 수 없게 돼 국부 유출의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금산분리 강화=정치권은 금산분리 강화를 통해 보험사와 카드사 등 제2금융권이 재벌의 사금고화돼 계열사 지배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제2금융권 계열사를 가지고 있는 삼성그룹과 롯데, 한화, 현대차 등 주요 그룹 대부분은 이 법안이 현실화되면 경영권과 함께 일부분의 지배구조 변화를 걱정해야 되는 상황이다. 재계는 롯데 계열사가 부산은행의 최대주주이고, 삼성생명이 대구은행의 2대 주주이지만 불법 대출 등 사금고화한 경우가 없었다고 항변한다. 또 대기업들은 주로 주식과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은행에 의존하는 비율은 미미하다는 주장이다.

◇재벌총수 처벌 강화=재벌 총수 사법처리 강화는 횡령이나 배임을 저지른 재벌 총수가 집행유예로 빠져나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재계는 배임죄의 경우 요건이 추상적이어서 검찰이나 판사의 자의적인 잣대에 따라 판결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정상적인 경영행위까지 배임으로 몰고 가 구속시킨다면 리스크가 따르는 의사결정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재벌 때리기로 감정적 카타르시스는 느낄지 모르지만 과감한 투자결정을 못하게 하는 족쇄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권혜숙 기자 hskw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