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논란] ‘藥’ 일자리 창출·양극화 해소-‘毒’ 재벌 장점 죽이면 국가경쟁력 역풍
입력 2012-10-14 18:49
여야 대선 후보의 경제민주화 공약 경쟁으로 이번 대선은 ‘경제민주화 전쟁’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1987년 당시 민주화와 노동운동 바람을 타고 개정헌법에 첫 등장했던 경제민주화가 25년 만에 대선의 핵심쟁점으로 주목받는 셈이다. 최근 경제민주화를 놓고 대선 후보들 간 선명성 경쟁이 치열해진 데다 관련 법안이 새정부 출범 후가 아니라 당장 이번 정기국회에서 입법화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에 따라 순환출자 금지와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 재도입, 금산분리 강화, 총수 형사처벌 강화 등 4대 핵심쟁점에 대한 논란도 격화되고 있다.
‘경제 체질을 강화하는 실천과제인가, 황금알 낳는 거위를 죽이는 포퓰리즘인가.’
대선 후보들이 제시한 경제민주화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현재까지는 일자리 창출과 양극화 해소를 위해 꼭 풀어야 할 숙제라는 주장과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 상황에서 기업뿐 아니라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 무리수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경제민주화는 일단 명분을 얻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도급 업체와의 부당거래, 자회사 일감 몰아주기, 지배주주 일가 사익추구 근절 등 경제 권력에 엄격한 법집행을 하겠다는 취지에 대해서는 재벌기업으로의 경제력 집중에 불만이 누적된 국민들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일자리 창출에 대한 구체적 대안 없이 경제민주화 논의가 재벌의 부정적인 측면에만 초점이 맞춰지면서 과연 경제 전반에 순기능으로 작용할지 의문도 커지고 있다.
한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14일 “금산분리 강화, 순환출자 금지 등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지분만큼 경영권을 제한하는, 즉 총수 일가의 경영권을 약화시키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오너십 체제의 긍정적인 면을 무시한 포퓰리즘 성격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세계경제 위기 속에서 삼성이나 현대기아차 등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오너 중심의 과감한 의사결정 때문이라는 것이 대다수 경제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논평을 통해 “대선 후보들이 주장하는 순환출자 규제, 지주회사 규제 등의 정책은 대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키고 일자리 창출을 어렵게 함으로써 그 폐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대기업의 지배구조를 인위적으로 바꾸거나 기업의 투자활동을 제한하는 반시장적 규제를 도입하려는 시도를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 신석훈 박사는 “국가 경쟁력 강화 차원의 경제민주화 논의는 기동력 있는 의사결정 등 대기업 오너십 구조에 대한 사전적 통제가 아니라 경영권을 남용했을 때 강하게 통제하는 사후 통제 강화 방향으로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