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환자 손쉽게 정보교류… ‘손 안의 병원’ 시대 열려
입력 2012-10-14 18:34
5년째 당뇨병을 앓고 있는 회사원 A씨는 올 초 자신의 담당 의사로부터 제안을 하나 받았다. 병원이 헬스케어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는데 동참해 보겠냐는 것이었다. 방법은 간단했다. 헬스케어 홈페이지에 ID와 비밀번호를 입력한 뒤 자신의 혈당과 특이한 사항을 적었다.
집에 있을 때는 컴퓨터를 이용했고 밖에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활용해 기록했다.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나오면 헬스케어 담당 간호사가 곧바로 전화를 걸어 문제점을 짚어줬다. 3개월 뒤 만난 담당 의사는 A씨가 입력한 데이터를 컴퓨터로 확인하며 진료했다. 헬스케어의 효과는 놀라웠다.
A씨는 14일 “당화혈색소 정상수치가 4.9∼6.5%인데 8%까지 나왔다”면서 “기록한 혈당을 보고 담당 간호사가 그때그때 조언해 주다 보니 지금은 6.8%까지 내려갔다”고 말했다.
고령화 사회 진입과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성인병 환자의 증가 속도가 빨라지면서 IT 기술을 접목한 첨단 의료서비스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무궁 무진한 성장 가능성=헬스케어는 병원 진료부터 운동까지 건강과 관리된 모든 활동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나 지식 등을 정보처리 기술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저장, 분석, 전달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헬스케어 시스템을 이용할 경우 환자는 병원에 직접 가지 않고도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의료 기관은 효율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 헬스케어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정부와 기업은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헬스케어 시장 규모가 오는 2014년 약 3조1000억원, 고용유발효과도 3만9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따라 지식경제부는 2009년부터 헬스케어 산업을 범정부 차원의 17개 신성장 동력에 포함시켰다. 지난해부터 3년간 만성질환자 약 1만명을 대상으로 관리 시범사업인 스마트케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총 300억원 규모의 대규모 국책 사업이다.
대기업도 시장 진출에 나섰다. 삼성은 올 초 5대 핵심사업 중 하나로 의료기기 사업 진출을 선언하고 연간 1200억원 규모로 오는 2020년까지 총 1조2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동통신 3사도 헬스케어 사업 진출을 속속 알렸고 보안업계에서도 시장 선점에 앞장섰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당장은 수익을 창출할 수 없지만 미래 가치를 보고 시장 선점을 위해 사업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IT 기술력 갖춘 이통사, 보안업체 선두주자=최근엔 스마트폰과 태블릿PC 같은 모바일 디바이스가 활성화되면서 헬스케어 서비스도 모바일 헬스케어로 이동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은 병원과 협력해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활용한 신개념 의료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코오롱베니트는 지난 5월 헬스케어 브랜드 ‘해빛’을 출범했다. 대학병원과 종합병원 병상에 설치한 ‘해빛 병상 태블릿 PC’는 입원환자들을 위해 TV시청 기능, 건강의료 정보, 인터넷 등의 다양한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병원정보시스템과 연계한 전자차트, 병력관리, 입·퇴실관리, 환자별 셀프케어 프로그램 등 병원마다 특화된 병상 서비스를 제공함에 따라 의료진에게도 활용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순천향대학병원,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등 20여개 종합병원 1만5000여 병상에 태블릿PC를 설치했다.
대규모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이통사들도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헬스케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1월 서울대학교병원과 헬스케어 합작투자회사 ‘헬스커넥트주식회사’를 공식 출범시켰다. 헬스커넥트는 모바일 기반의 자가 및 일상 건강관리 모델과 서비스 개발, ICT 기반의 디지털병원 해외 진출, 통합 R&D체계 구축이라는 3개의 큰 축을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모바일 의료 서비스인 ‘T Biz hospital’을 상용화했다. ‘T Biz hospital’은 의료진에게 기존 PC화면이나 종이 차트에서만 확인 가능했던 환자 진료 기록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등 스마트 기기로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환자도 수술 후 병상에 누워 본인의 수술 결과 사진이나 각종 수치 그래프 등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앞으로 서비스를 정교화해 외부 응급 환자의 효과적인 초동 대응 등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KT도 지난 7월 연세의료원과 의료-ICT 융합사업 전문 합작사 ‘후헬스케어’를 출범하고 중소병원 대상 병원정보시스템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LG유플러스도 지난 5월 보령제약과 공동으로 스마트헬스 플랫폼 구축 협약을 체결하고 ‘스마트헬스 에코시스템’을 구축해 나갈 방침이다.
전국적인 출동체계와 IT 솔루션이라는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보안업체도 헬스케어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에스원은 2010년 심장질환 응급의료기기(AED) ‘에스원 AED’ 제품을 내놓은 뒤 현재 전국 공공장소에 1만 여대의 AED를 설치하며 시장을 선점했다. KT텔레캅과 ADT캡스도 심장질환 응급의료기기 제품을 내놓으며 신축아파트는 물론 기존 공공주택, 학교, 공공시설 등 AED 설치 의무 대상이 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