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임극 ‘속삭이는 벽’… 찰리 채플린의 딸 연출, 손녀 주연
입력 2012-10-14 18:21
텅 빈 무대에 벽이 세워지면 이야기가 시작된다. 또 다른 벽이 세워지면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누군가의 꿈속을 들여다본 듯 줄거리는 이어지지 않고 모호하다. 대사는 없다. 찰리 채플린의 무성 영화를 보는 느낌이랄까. 75분 동안 뚜렷한 이야기 전개 대신 아이디어와 독특한 이미지로 무대를 채운다. 단순한 무대에 종이상자, 버블랩(완충작용을 하는 비닐 포장재), 사다리, 전구, 우산 등 일상의 소품을 활용해 연극적 상상력을 표현해낸다.
한국에서 초연되는 마임극 ‘속삭이는 벽’은 영국의 전설적 희극배우 찰리 채플린의 딸과 손녀가 만든 작품이다. 딸 빅토리아 채플린이 연출하고 손녀 오렐리아 띠에리가 주연을 맡았다. 2003년 모녀의 첫 작품인 ‘오라토리오’에 이은 두 번째 공동창작품이다.
채플린의 가족사는 다소 복잡하다. 채플린은 몇 번의 이혼과 스캔들 후 미국 극작가 유진 오닐의 딸 우나 오일을 만났다. 두 사람은 결혼해 8명의 자녀를 낳았다. 이들 중 넷째가 이 공연의 연출을 맡은 빅토리아 채플린. 영화보다는 공연예술에 관심을 가진 빅토리아는 현대적 서커스 작품을 만드는 데 주력해 왔다. 빅토리아와 프랑스 배우 겸 연출가 장 뱁티스트 사이에 태어난 오렐리아 띠에리는 자연스레 배우이자 창작가로 성장했다.
이 모녀는 홍보물에 찰리 채플린의 이미지를 사용하지 말 것을 요청하는 등 채플린과 연관돼 설명되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 인터뷰도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18∼20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24∼25일 부산 우동 영화의전당.
한승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