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림교회 ‘다 퍼주는 바자회’ 가보니… 지역주민 1만여명 다녀가 “밑져도 감사”

입력 2012-10-14 18:16


“배추 김치 사실 분는 이쪽, 알타리 김치는 저쪽으로 서 주세요.”

13일 낮 1시 서울 도림동 도림교회(정명철 목사)는 인산인해였다(사진). 교회 앞마당에서는 김치를 사려는 지역 주민들의 행렬이 50m 넘게 이어졌고, 주차장에서는 농수산물과 생활 잡화, 먹거리 등을 취급하는 만물 장터가 열려 시끌벅적한 분위기였다.

도림교회가 올해로 5년째 개최하고 있는 일명 ‘다 퍼주는 바자회’ 현장이다. 담임인 정 목사는 바자회를 준비하면서 누차 강조했다. “반드시 교회가 손해를 보는 바자회를 만들자. 더 많은 지역 주민들이 즐기는 축제를 만들자.”

교회 측은 제대로 밑지는 바자회를 위해 몇 달 전부터 십시일반으로 ‘김치헌금’ 1800만원을 모았다. 교회는 이 돈으로 강원도 산지 등에서 배추와 알타리, 고춧가루를 구입해 이틀 밤을 새면서 김치를 담그고, 김치 박스(4∼6㎏들이) 1450개를 만들었다. 시중 가격으로는 박스당 2만원이 훌쩍 넘는 상품이다. 이날 이 김치를 박스당 반값(1만∼1만2000원)에 내놓자 오후 3시쯤 일찌감치 동이 났다.

뿐만 아니라 의류와 잡화 등 바자회 매대에 올라온 200여 품목들은 30∼80%까지 낮은 가격으로 판매되면서 주민들의 발걸음이 오후 9시까지 이어졌다. 양태왕 도림교회 지역사회봉사센터 담당 목사는 “우리 교회 바자회의 ‘반값 김치’는 이미 지역의 명물로 자리매김했다”면서 “비록 김치를 사기 위해 주민들의 발걸음이 교회로 향하지만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보람되고 감사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교회 측 추산에 따르면 이날 바자회에 다녀간 지역 주민은 연인원 1만여명으로 지난해 방문객 수의 배를 훌쩍 넘어섰다. 매출액 대비 3000만원 정도 손해가 나 대성공으로 평가됐다. 정 목사는 “지역 주민들을 교회 앞마당이라도 밟게 하고 싶은 소박한 소망이 바자회 행사를 만들었다”면서 “내년에는 더 많은 주민을 초대하는 한편 그 발걸음이 예배당까지 향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글·사진=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