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철책 무방비 모른 체하고 군복무 단축 공약하나

입력 2012-10-14 19:42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병사들의 군복무를 현재의 21개월에서 18개월로 단축하는 것을 골자로 한 5대 국방 구상을 지난 주말 발표했다. 병력도 2020년까지 50만명으로 축소하고 남북 간 군사적 합의도 전면적으로 실천해 평화로운 안보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동북아 안보정세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병력 감축과 병역기간 단축이 필요한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육군 22사단의 3중 철책이 키 160㎝ 몸무게 50㎏의 왜소한 북한 병사에 의해 불과 수분 만에 뚫린 사실을 알고도 이 같은 공약을 발표하는 강심장이 놀라울 따름이다. 또 복무기간 단축에 따른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는 매년 8% 정도의 국방예산 증액이 불가피하다고 한다. 한동안 3%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는 경제성장률을 감안하고 정책을 발표했는지도 의문이다.

현역 입영을 피하려는 일부 젊은이의 환심을 사기 위해 이 같은 선심성 공약을 제시하는 것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문 후보뿐 아니라 박근혜, 안철수 후보도 이 같은 국방 포퓰리즘의 유혹에 빠져있다는 사실이다. 박 후보와 안 후보는 남북관계가 달라진 것도 별로 없는데 김정은과 만날 용의가 있다고 공언하는가 하면 북핵문제와 한반도 평화체제의 선순환을 이루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한반도의 평화를 바라지 않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 마찬가지로 군복무 기간을 줄이는 것은 입영대상자들은 물론이고 국가적으로도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용한다는 차원에서 무조건 탓할 일만은 아니다. 그렇지만 북한의 계속되는 대남위협과 함께 날이 갈수록 악화되는 일본과 중국의 영토분쟁과 군비경쟁이 보여주듯 우리를 둘러싼 안보환경이 그리 한가하지 않다. 그런데도 군 입대를 앞둔 젊은이들이 듣기 좋은 말만 되풀이하며 곧 한반도 평화가 올 것 같은 모습을 보이는 것은 지도자의 태도가 아니다.

현대전이 기술력으로 좌우되는 첨단무기 위주라고 하지만 동부전선 철책 침투와 천안함 폭침, 연평도 기습에서 보듯이 남북한 대치 상황에서는 이 같은 추세가 잘 통하지 않는다. 휴전 상태의 한반도에서는 첨단무기와는 별도로 경계태세 강화와 즉각 응전이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는 사실은 끊이지 않는 북한의 도발에서 명백히 증명됐다고 본다. 사정이 이런데도 복무기간 단축이라는 입에 발린 공약으로 나라가 제대로 지켜진다고 생각하는가.

군복무 단축 문제는 병력수급 상황과 남북관계 등 고려해야 할 요인이 적지 않다. 따라서 대선 후보들은 군에 복무중이거나 복무할 자녀를 둔 국민들의 표를 의식한 성급한 안보 공약은 자제하기 바란다. 대신 우리 젊은이들이 군 복무는 정말 가치가 있다고 느낄 만한 신선한 정책을 제시했으면 한다. 과도한 국방 포퓰리즘 유혹은 나라를 망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