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초롱-이계희] 노인빈곤과 청년백수의 뿌리
입력 2012-10-14 19:45
최근 언론을 통해 우리나라 노인빈곤율과 노인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라는 끔찍하고도 부끄러운 뉴스를 접했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45%로 OECD 평균인 13.5%에 비해 3배 이상 높다. 전쟁의 잿더미 속에서 나라를 이만큼 일구어낸 산업역군이요, 자녀들을 훌륭하게 키워내 부존자원 없는 나라가 세계 11대 경제대국이 되도록 만든 노년이 이렇게 사납다니, 뭔가 크게 잘못된 일이다.
흔히 선진국 사회를 이끌어 가기 위한 ‘40대60’ 원칙이 있다. 인구의 60%는 몸으로 먹고살고, 40%는 머리로 먹고사는 것이 사회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적절한 비율이라는 것이다. 서유럽 국가와 북미 등 최고선진국 대부분이 대체로 40% 전후의 대학진학률을 보이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대학을 갖고 있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미국의 경우 전문대를 포함한 대학진학률이 68%(4년제는 40% 내외), 독일 35%, 프랑스 41%, 캐나다 45%, 일본 50% 등이다. 우리나라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게다가 이들 대학은 우리와 달리 학생이 입학했다고 해서 죄다 졸업시켜주는 것도 아니니 인구 전체에서 대학졸업장을 갖고 있는 비율은 이보다 훨씬 낮을 것이다. 40%는 주로 머리를 쓰는 직종에서 요구되는 교육을 위주로, 60%는 기술 기능교육을 통해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들을 골고루 양성하여 건전한 사회를 유지하도록 한다는 이야기가 얼추 맞아 들어가지 않는가.
무리한 대학진학은 비합리적
우리는 어떤가. 대학교육이 의무교육인 양 고등학교 졸업자의 80% 정도가 대학진학을 선택하고 있다. 소득수준에 비해 높은 대학등록금 등을 고려하면 한국에서 대학가는 것이 그리 녹록한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부모들은 자신들의 못 배운 한을 자식을 통해 풀려는 마음, 자식만은 떳떳하게 살게 하려는 애끊는 자식사랑, 남들 다 가는 대학 못 보내는 나쁜 부모 되지 않으려 대학으로 떠민다. 합리적 의사결정의 결과라기보다 지극히 비합리적·감정적 선택인 것이다. 남들 다 가는 대학이다 보니 설사 간다손 쳐도 청년백수 되기가 비일비재한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따지고 보면 모든 아이들이 공부에 소질이 있는 것도 아니며 공부만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이 한 가지씩은 반드시 있다는 사실이다. 어린 시절부터 잘 관찰하고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주어 아이들로 하여금 자기의 고유한 적성을 일찍이 찾아 그 길로 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부모와 사회의 진정한 역할이다. 학교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졸업장과 학위를 남발하는 곳이 아닌 이들에게 자신의 소질을 계발하고 연마할 교육의 기회를 주는 곳이 되어야 할 것이다.
교육부문의 변화 또한 시급하다. 경제성장의 둔화를 막고 소득양극화와 청년실업, 노인빈곤 등 우리사회가 직면한 여러 가지 심각한 문제들을 해소하여 사회전반의 안정성과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욱 그렇다. 이를 위해서는 중등단계의 직업교육(특성화고, 마이스터고 등)의 선진화가 필요하다. 단순히 학교의 숫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학교와 기업에 책임을 부여하는 이원화 교육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소질 계발하는 적정교육 필요
궁극적으로 교육정책은 수요에 맞는 적정교육을 기본으로 삼아야 한다. 그러한 교육의 기본철학은 획일화된 교육이 아닌 아이들마다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과 능력을 계발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대학특성화에 박차를 가하고 세계적인 대학들을 키워내기 위한 노력과 더불어, 열린 대학을 육성하여 국민에게 평생교육기회를 주어야 한다. 양적으로 팽창한 우리나라 고등교육기관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과유불급, 무엇이든 지나침은 부족함만 못하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이 헛되지 않음을 대학사회도 깊이 생각해볼 일이다.
이계희(경희대 관광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