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봄과 가을에 딱 두 번 전시를 여는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이 올 가을에는 중국 명나라 말기부터 청나라 초기까지의 회화를 선보인다. 28일까지 열리는 ‘명청시대회화전(明淸時代繪畵展)’은 1997년 5월 ‘중국근대회화전’ 이후 첫 중국 고미술 전시다. 이번 전시의 특징은 조선 후기 추사 김정희(1786∼1856)와 인연이 있는 명·청시대 회화 64점을 모았다는 점이다. 추사는 제주도로 유배를 떠나면서 청나라 중기의 문인화가였던 장경(1685∼1760)의 화첩 ‘장포산진적첩(張浦山眞蹟帖)’을 챙겨 갔다고 한다. 이 화첩을 평생 보물처럼 여겼다는 추사는 유배지에서 병을 얻자 이를 충남 예산 고향집으로 돌려보내면서 가족에게 보내는 유언을 통해 “절대로 남에게 함부로 보이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이 화첩에 수록된 ‘소림모옥(疏林茅屋)’은 고목 사이에 서 있는 외딴 집을 그린 풍경이 국보 180호인 추사의 ‘세한도(歲寒圖)’와 닮았다. 추사의 난죽(蘭竹) 그림에 영향을 준 청나라 정섭(1693∼1765)의 ‘현애총란(懸崖叢蘭)’과 추사의 스승인 옹방강(1733∼1818)의 초상화 등도 나왔다. 추사의 작품 세계가 형성되는 바탕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다.
간송미술관은 최근 열린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문화재 보존 문제로 논란을 빚었다. 낙후된 시설로 수장고에 있는 작품들이 썩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어두운 조명과 단칸짜리 화장실 등 편의시설도 여의치 않다. 그럼에도 관람객들이 길게 줄을 선다. 신윤복의 ‘미인도’ 등 스타 작품도 없는 이번 전시에도 그런 풍경이 연출될지 주목된다. 무료 관람(02-762-0442).
이광형 선임기자
장경 ‘소림모옥’ - 추사 ‘세한도’ 어! 이 그림… 많이 닮았네
입력 2012-10-14 17: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