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정승훈] 공직 퇴직 후 재취업 논란
입력 2012-10-14 18:57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가 있다. 공직자들의 퇴직 후 재취업을 둘러싼 논란이다.
‘방사청 퇴직 군인 60% 방산 분야 재취업’, ‘교과부 퇴직 공무원 55% 산하 기관 등에 재취업’, ‘문화부 공직자 낙하산 재취업 심각’, ‘국토부 퇴직 61% 낙하산 재취업’, ‘공정위 퇴직 공직자 대기업·로펌 대거 재취업’, ‘한은 퇴직 임원 절반 이상 피감 금융사에 재취업’….
특정 부처의 문제가 아니라 공직 전반의 문제다. ‘부패행위 공직자 재취업률 46.4%’라는 자료도 나왔다. 최근 5년간 뇌물이나 향응수수, 공금횡령 등의 비위로 면직된 공무원 1715명 중 46.4%인 796명이 재취업에 성공했다는 얘기다.
공무원들도 할 말은 많을 것이다. 퇴직 후 직업을 선택하는 건 자유이고, 공직에 복무하는 동안 쌓은 경험과 지식을 퇴직 후 기업 등에 전수하는 것도 국가 발전에 중요하다. 그럼에도 왜 매년 이 같은 지적이 반복되는 것일까. 공무원의 의도와 달리 그 경험과 지식이 공정한 경쟁과 정당한 법집행을 가로막는 데 쓰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공직자윤리법이 만들어진 이유이기도 하다.
문제는 여전히 많은 공무원이 이러한 지적을 ‘인정머리 없는 비판’ 정도로 치부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4일 본보는 ‘위법에 눈감은 공직자윤리위원회’란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올 초 퇴직한 총리실 고위 공무원이 퇴직 나흘 전 이미 재취업을 했고, 이는 겸직을 금지하고 있는 국가공무원법 위반이라는 내용이었다.
민주통합당 김기식 의원은 총리실 국정감사에서 “왜 정부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느냐”고 따졌다. 이에 대한 정부의 대답은 “공직생활 오래 하신 분인데 이런 문제로 해임까지 해야 하느냐”(임종룡 국무총리실장)였다.
임 실장은 해당자의 불운 정도로 상황을 판단하는 듯했다. 의도와 달리 절차상의 착오 등에서 빚어진 일일 뿐이라는 얘기다. 장관급 공직자인 임 실장의 판단에 대해 수긍이 가는 면도 없지 않다. 그렇지만 의문은 남는다. 의도가 없었다면 공무원이 법 위반을 해도 그냥 눈감아줘야 하는 것인지.
해당자를 재취업 기업에서 해임토록 해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처벌이 능사가 아니라고 국민을 설득하고 싶었다면 향후 의도와 달리 법 위반을 하는 경우가 생기지 않도록 제도를 점검하겠다는 얘기도 했어야 한다. 제도를 바꾼다 해도 운영하는 공무원들의 인식이 변하지 않는다면 뭐가 달라질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정승훈 차장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