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은 스타를 닮는다. 좋아하는 스타가 활동하는 NGO를 통해 사랑을 실천하는 팬클럽 회원들이 늘고 있다. 좋아하는 연예인에게 선물을 전달하던 팬덤문화가 나눔을 실천하는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지난 1월 국제 구호개발 기구 월드비전 사무실에는 좀 특별한 선물이 도착했다. 그룹 비스트의 팬 페이지 ‘B동닷컴’ 회원들이 아프리카 아이들을 위해 주문제작한 배냇저고리 200장과 직접 털실로 뜬 모자 254개를 보낸 것이다. 회원들은 3년 전 비스트의 리더 윤두준이 월드비전과 아프리카 잠비아 뭄브와 지역을 방문해 우물설치 작업을 돕는 봉사활동을 보고 아프리카 아동을 돕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아동용 털실을 구입한 회원들은 직접 영아들을 위한 털모자를 두 달에 걸쳐 손뜨개질로 완성했다. 이들은 물품과 함께 전달한 편지에 “후원금으로 기부하는 것도 좋지만 금액을 떠나 직접 따뜻한 마음이 녹아있는 선물을 전하고 싶어 이렇게 준비했다”며 “이번 기부를 통해 더 많은 분이 해외봉사, 기부 등에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커플로 출연했던 그룹 씨엔블루의 정용화와 소녀시대 서현의 국제 팬클럽 ‘용서 인터내셔널’ 회원들과 국내 팬카페 ‘꿈의 상도동’ 회원들은 월드비전의 ‘사랑의 도시락’ 사업에 참여했다. 1250개에 해당하는 300여만원을 후원했고 7명의 팬클럽 회원들은 지난 6월 경기도 일산의 월드비전 ‘사랑의 도시락 집’을 찾아 도시락 만드는 봉사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또 좋아하는 연예인의 나눔과 봉사활동에 영향을 받은 팬클럽 회원들의 이어지는 이웃사랑이 우리 사회에 건강한 에너지로 작용한다.
씨엔블루는 기아대책을 통해 아프리카의 부르키나파소에 ‘씨엔블루 학교’를 지난 3월 세웠다. 학교는 이들의 지속적인 지원으로 100여명의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교육과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이 소식이 알려진 뒤 팬들이 자발적인 모금활동을 벌였다. 팬들은 포털 사이트 다음 ‘희망해’를 통해 3000만원을 모아 씨엔블루 학교와 지역 교육비를 위해 써달라며 기아대책에 전달했다. ‘희망해’는 사회공헌 통합 서비스로 모금 제안부터 진행, 참여까지 네티즌이 만들어가는 모금 서비스다.
기아대책 홍보대사 탤런트 조민기씨는 2008년부터 팬클럽 ‘밍기방’과 함께 3000여만원을 모금해 그동안 아프리카 우간다, 코트디부아르, 부르키나파소에 ‘더불어 우물’을 설치했다. 조민기씨는 “처음 아프리카에 가서 우물을 팠을 때 봤던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웃음이 가슴에 남아 있다. 봉사한다는 생각보다 내가 가진 것을 남과 나눈다는 느낌으로 우물 파기에 참여하고 있다”며 “팬들과 함께 이웃 사랑을 실천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기부는 스타를 사랑하는 또 하나의 방법인 듯하다. 탤런트 송일국씨의 해외 팬클럽이 지난달 소외 아동을 돕는 기금으로 2800만원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기부했다. 재단에 따르면 중국 광저우에 사는 리잉씨가 송일국씨가 지난 7월 출연한 KBS ‘희망로드 대장정-부르키나파소’ 편에 감동받아 해외 팬클럽 회원들과 기부금을 마련했다. 그룹 엠블랙 멤버 이준의 팬클럽인 ‘이준서포터즈’ 역시 엠블랙 데뷔 1000일을 기념해 화상을 입은 태국 소년 비우의 수술비 200만원을 월드쉐어에 지난 6월 전달했다.
한편 월드비전 후원관리팀 허보영 팀장은 “다양한 팬클럽의 기부활동은 마치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가 입고 나오는 옷이나 가방 등을 따라 하는 것처럼 기부활동도 쫓아 하는 팬덤문화의 긍정적인 면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개념 있는 스타들의 기부활동과 더불어 팬들의 동참을 통해 대한민국 나눔문화가 확산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
우리도 이들처럼… 팬덤문화, 나눔 실천으로 진화한다
입력 2012-10-14 17: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