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웅 목사의 시편] 낯설게 보기
입력 2012-10-14 20:37
한 구도자가 스승에게 말했다. ‘스승님, 저는 초자연적 권능을 가지고 싶습니다. 제가 기적을 보고 싶어요.’ 그때 스승은 화를 내듯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말했다. ‘기적을 구한다고? 내 말을 듣거라. 가서 물을 긷고 장작을 패고 돌을 쪼아라. 그게 기적이 아니냐?’ 선문답 같은 대답이다. 그러나 스승은 눈에 보이는 평범한 일상 속에 깃든 신비를 왜 보지 못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바로 기적이라는 것을 왜 발견하지 못하는지를 나무라는 말이다.
그렇다. 우리가 눈을 다시 뜨고 세상을 쳐다보면 이 세상은 온통 기적으로 둘러싸인 신비의 정원과도 같다. 하늘에 떠 있는 달과 별들, 계절이 변하고 죽은 듯 다시 소성하는 꽃과 자연, 이 모든 것이 기적이 아닌가? 마이클 프로스트는 그의 책 ‘일상, 하나님의 신비’에서 말한다. “고흐의 작품에서 하나님을 발견할 수 없는가? 부서지는 파도 속에 하나님이 보이지 않는가? 갓 태어난 아기의 해맑은 눈동자 속에서 하나님이 보이지 않는가?”
그러고 보면 우리들이야말로 앞서 말한 한심한 구도자와 같다. 우리는 일상 속에 깃든 신비를 보는 눈을 잃어버렸다. 우리의 일상이 기적이요 신비라는 것을 발견하면서 사는 인생은 ‘감탄’ 속에서 살게 될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하나님 백성의 삶이 아닐까? 이것이 바로 진정한 찬양이 아닌가? 이것이 가슴 설레는 인생, 진짜 인생이 아닌가?
사람들은 작은 일에 감사하고 작은 감동에도 감탄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조금만 색다른 음식점에 가도 감탄하고, 조금만 맛이 달라도 “우와 정말 맛있어요. 이렇게 맛있는 음식은 처음이에요”라며 감탄 할 줄 아는 그런 사람을 좋아한다. 일상에서 늘 감사할 줄 알고 감탄하며 하나님이 주시는 은혜를 마음껏 누리는 그런 사람을 하나님도 좋아하신다.
신학교를 다닐 때, 교수님이 설교에 대해서 한 수 가르쳐 주셨다. ‘설교를 잘하는 비결이 뭐냐?’ 그것은 성경을 ‘낯설게 보라’는 것이다. 매일 읽는 말씀, 익숙하다 못해 귀에 딱지가 않을 만큼 많이 읽은 구절, 그 구절을 마치 처음 읽는 것처럼 낯설게 쳐다보라는 것이다. 거기서 나온 설교는 성도들을 신선한 세계로 인도한다는 것이다. 설교만이 아니다.
행복심리학자들은 단 1분 안에 당신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고 장담한다. 그 비결이 무엇인가? ‘낯설게 보기’라는 기법이다. 나의 주변과 일상을 전혀 새롭게 쳐다보는 것, 즉 낯설게 쳐다보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주고 감탄하는 인생이 되게 한다.
그리스도인의 능력이 무엇인가? 낯설게 보는 것이 능력이다. 일상을 신비롭게 쳐다보는 것이 능력이다. 매일 보는 하늘과 꽃과 나무들과 일상을 쳐다보면서 ‘와우, 하나님! 너무 멋져요!’ 하나님께서 얼마나 흐뭇해하실까? 신선한 감탄을 회복하는 가을이길 기대해 본다.
<서울 내수동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