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함께 걷는 길
입력 2012-10-14 18:16
지난 추석 명절에는 오랜만에 아내와 가을 길을 함께 걷는 기쁨을 누렸다. 서대문에서 무악재를 넘어 홍제천을 만나서 물 따라 길 따라 걷다 보니 연세대 후문에 이르렀다. 어둑해진 캠퍼스 산길을 지나 좁고 긴 금화터널을 빠져나오니 거의 3시간가량 걸려 집으로 돌아왔다.
며칠 전엔 동료 목회자들과 함께 코스모스 가득한 한강 길을 걷는 여유를 가졌다. 나이 50을 한참 지난 사람들이 코스모스와 함께 이런 저런 수다를 떠니 좀 쑥스럽기는 했지만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목회 현장으로 돌아왔다.
두 가지가 감사했다. 하나는 함께 걷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이었다. 명절 가을 길 산책 이야기를 교회칼럼에 썼더니 한 교인이 격려의 말을 들려준다. “목사님, 너무 감동적이어서 가슴이 뭉클했어요.” 그저 아내와 함께 걸었다는데 그게 눈시울을 적실 정도였다니, 우리 모두 함께 걸어가고 싶어 하는구나. 그리고 돌아갈 본향을 가슴에 품고 사는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새삼스럽게 지난날 잠깐이라도 함께 걸었던 사람들이 떠올랐다. 소중한 사람들이다.
장봉생 목사(서대문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