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바다된 국감장…중증장애인합창단 감동 공연, 보건복지위 의원들 가슴 울려

입력 2012-10-13 00:37

“똑바로 보고 싶어요. 주님 온전한 눈빛으로. 똑바로 보고 싶어요. 주님 곁눈질하긴 싫어요. 하지만 내 모습은 온전치 않아 세상이 보는 눈은(…) 주님 이 낮은 자를 통하여 어디에 쓰시려고. 이렇게 초라한 모습으로 만들어놓으셨나요.”

12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중증장애인 요양시설 홀트일산복지타운. 둘러앉은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국회의원 14명의 머리 위로 가스펠 ‘똑바로 보고 싶어요’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10월 초 시작된 국정감사 내내 스포트라이트는 의원들의 것이었지만 이날의 주인공은 국회의원이 아니었다. 모두의 시선은 중증 장애인으로만 구성된 ‘영혼의 소리로’ 합창단에 쏠려 있었다.

합창단원들은 모두 뇌병변, 정신지체, 다운증후군 등 중증 장애인들. 짧은 동요 한 곡을 외우는 데도 한 달이나 필요할 정도로 몸과 마음이 더딘 이들이다. 1999년 출범한 이래 재정적 어려움을 겪어오던 합창단은 한 제약회사의 후원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2009년에는 이명박 대통령 부부가 이들의 공연을 보고 눈물을 주체하지 못해 ‘대통령을 울린 합창단’으로 유명해졌다.

“당신께 드릴 것은 사모하는 이 마음뿐. 이 생명도 달라시면 십자가에 놓겠으니. 허울뿐인 육신 속에 참빛을 심게 하시고. 가식뿐인 세상 속에 밀알로 썩게 하소서.”

노래가 이어지자 참석자들의 눈가가 젖어들기 시작했다. 새누리당 신경림 의원 등 눈물을 훔치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대통령을 울린 ‘영혼의 소리로’가 이번에는 국감장을 눈물바다로 만든 것이다. ‘어느 산골 소년의 슬픈 사랑 이야기’까지 2곡의 공연이 끝난 뒤 민주통합당 남윤인순 의원은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합창단이 떠날 때는 다운증후군 아동 하진우(5)군이 안겨있던 오제세 위원장 품을 떠나지 않으려고 붙잡아 다시 한번 주변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민주통합당 김성주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장애인 시설에 지원하는 한 끼 식대가 고작 1500원”이라며 장애인 시설 지원 확대를 촉구했다. 하지만 의원들의 지적보다 노래 한 곡의 힘이 더 셌던 날이었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