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盧 NLL 발언, 관련된 사람이 밝혀야” vs 文 “사실이면 내가 책임, 아니면 朴 책임”

입력 2012-10-12 18:58


대선을 2개월여 앞두고 여야 후보들이 안보 이슈로 격돌했다. 배경에 ‘이념’이 깔려 있는 안보 문제는 보수와 진보 지지층을 똘똘 뭉치게 한다. 자칫 밀릴 경우 후보에게 치명상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충돌 양상은 갈수록 거칠어질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은 12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비공개 대화록’ 논란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대화록 작성 경위와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구두약속 의혹을 규명하자는 내용이다. 노 전 대통령 문제지만 결국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인 ‘문재인 사상검증’ 성격을 띠고 있다.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은 국회 브리핑에서 “당시 노 대통령이 단독회담에서 ‘남측은 앞으로 NLL을 주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한 건 사실”이라며 “당시 북측에서 발언을 녹음했고 이 녹취와 우리 측 기록을 토대로 대화록이 만들어졌다”고 거듭 강조했다. 같은 당 이철우 원내대변인도 “2007년 정상회담 전에 청와대가 NLL 연구를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문 후보가 직접 반격하고 나섰다. 그는 경기도 평택 2함대사령부 방문 중 기자들과 만나 “정상회담 의혹 제기가 사실이면 제가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사실이면 제가 대신 사과하고 대통령 후보로서 제 잘못을 인정하고 그 토대 위에서 국민들에게 평가를 받겠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사실이 아니면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통일부 장관과 국가정보원장을 향해 대화록 존재 여부를 밝히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문 후보는 서울 대방동 공군회관에서 열린 안보정책 간담회에서도 “NLL을 확고하게 지키면서 동시에 긴장완화를 위한 조치를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우상호 공보단장은 기자간담회를 갖고 “박근혜 후보가 뒤에 숨어 정치공작을 부추기는 행태는 국가 지도자다운 모습이 아니다. 정면에 나서서 진실을 다퉈보자”고 촉구했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박 후보는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베트남전 참전 48주년 기념식에서 기자들에게 “이번 논란은 제일 잘 아는 사람이 관계된 것 아니겠느냐. 관련된 사람들이 명백히 밝힐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후보를 겨냥한 말이다.

이번 사안은 오래 굴러갈수록 보수층 결집에 도움이 될 이슈다. 일단은 박 후보가 주도권을 틀어쥔 듯하다. 휘발성 강한 안보 이슈여서 야권에서 제기하는 이슈들을 일시적으로 잠재울 수도 있다. 그렇다고 문 후보에게 꼭 나쁘지만은 않아 보인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에게 ‘정치 쇄신’ 주도권을 빼앗겨 고전하던 상황에서 안보 대결을 계기로 ‘박근혜 대 문재인’ 경쟁 구도가 형성돼 가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안 후보 측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도 기자간담회를 열어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뭔가 다른 기록이 있는 것처럼 얘기되는 현 상황은 적절치 않다”며 논란에 뛰어들었다. 이에 새누리당은 “중요한 일인데 안 후보가 직접 말하라”고 요구했다.

손병호 유동근 기자, 평택=백민정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