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익장 바이든… 美 부통령후보 TV토론 오바마 앙갚음하듯 강공

입력 2012-10-13 00:07

잠시도 한눈 팔 수 없는 치열한 90분이었다. 미국 켄터키주 댄빌에서 11일(현지시간) 밤 열린 부통령 후보 TV토론회는 미 대선 역사상 가장 이목이 쏠린 부통령 후보 토론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조 바이든 부통령과 폴 라이언 공화당 부통령 후보는 경제 문제를 비롯해 감세, 건강보험, 재정 적자, 외교 정책 등 현안마다 설전을 벌였다.

하지만 이날 공격을 주도한 것은 다음달 70회 생일을 맞는 ‘노정객’ 바이든 부통령이었다. 라이언 후보보다 27살이나 나이가 많은 그는 지난 3일 제1차 대통령 후보 토론회에서 졸전을 벌였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대신해 설욕전을 펼치듯 라이언 후보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라이언이 리비아 벵가지 주재 미 영사관 피습 사건과 관련,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정책이 엉망”이라며 일격을 가하자 바이든 부통령은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는 “라이언이 한 말 가운데 단 한마디도 정확하지 않다. 죄송하지만 그건 허튼소리(malarkey)”라고 맞받았다.

라이언 후보가 1차로 7870억 달러 등 막대한 자금을 경기부양에 쏟아부었지만 정실주의로 효과가 없었다고 하자 바이든은 “당신이 (지역구인) 위스콘신주에 부양 자금을 요구하는 편지를 두 번이나 보내지 않았느냐”고 역공을 취했다. 허에 찔려 얼굴이 불거진 라이언은 제대로 반격하지 못했다.

바이든 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토론회에서 한번도 거론하지 않아 지지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됐던 밋 롬니 후보의 ‘47%’ 발언도 수차례 언급했다. 감세 문제에 대한 공방 도중에는 라이언 후보에게 “당신이 잭(존 F) 케네디냐”며 쏘아붙이기도 했다. 라이언 후보가 “케네디 대통령도 세금을 낮추면서 성장률을 높였다”고 한 말을 맞받아친 것으로, 지난 1988년 부통령 후보 토론회에서 로이드 벤슨 민주당 후보가 당시 41세의 댄 퀘일 공화당 후보에게 한 말을 바이든 부통령이 재현해 청중들의 폭소를 이끌었다.

CNN방송이 토론회 직후 실시한 긴급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8%는 라이언을, 44%는 바이든을 각각 ‘승자’로 지목했다. 하지만 CBS방송 조사에서는 바이든의 손을 들어준 응답자가 50%였으며, 라이언을 승자로 꼽은 이는 31%에 그쳤다. 대부분의 미국 언론들은 라이언에게 크게 뒤질 것으로 예상됐던 바이든의 선전이 인상적이었다고 평했다. 이번 토론이 막상막하의 접전으로 끝남에 따라 민주당과 공화당은 대선 판세를 장악하기 위해 막판 대혈전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