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알뜰 주유소’… 무폴 주유소보다 고작 8.19원 싸

입력 2012-10-12 21:42


대기업 주유소보다 100원가량 싼 알뜰 주유소를 만들겠다던 정부와 한국석유공사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무늬만 알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국석유공사가 12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홍일표 의원에게 제출한 권역별 주유소 판매가격 자료를 보면, 지난달 알뜰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가격은 ℓ당 1987.02원이다. 이는 대기업 브랜드 없이 영업하는 무폴 주유소보다 고작 8.19원 싸다. 정유사 폴과 견줘도 가장 비싼 SK에너지 주유소보다는 46.66원, 가장 싼 에쓰오일보다 25.03원 정도만 저렴하다.

홍 의원은 “평균 30원 정도 싼 알뜰 주유소는 알뜰하지 않은 주유소”라면서 “그럼에도 석유공사는 알뜰 주유소로 7월까지 4억2000만원의 영업이익을 취했다”고 밝혔다. 전국 700여개 알뜰 주유소는 석유공사로부터 직접 유류를 공급받는데 이 과정에서 석유공사의 공급가 인하 노력이 부족했다는 질타다.

석유공사가 알뜰 주유소에서조차 이익을 남기려고 하는 건 재무 구조가 매우 악화됐기 때문이다. 지경위 김제남 의원이 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재무자료를 보면, 석유공사의 지난 6월 기준 부채는 21조3539억원이다. 2007년 3조6830억원과 견줘 5년 새 7배로 급증했다.

이 와중에 공사가 돈을 꾸기 위해 도입한 민간차입과 회사채는 12조5254억원으로 같은 5년간 1216배 폭증했다. 석유공사가 지난해 지출한 금융비용만 4110억원으로 영업이익 9850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김 의원은 “석유공사가 정부 보조를 요청하고 있는데 결국 국민 세금으로 이를 메우려는 뜻”이라며 “석유공사의 사채 발행 권한을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