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픽스 금리 잘못 됐어도 바로 못고쳐… 대출이자 더 물어내는 상황 ‘방치’

입력 2012-10-12 18:46


시중은행 대출금리의 기준으로 쓰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가 잘못 공시되더라도 곧바로 바꿀 수 없는 등 허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틀린 코픽스 금리에 맞춰 수많은 고객들이 더 많은 대출이자를 내는 상황이 벌어져도 방치되는 셈이다.

금융권은 부랴부랴 공시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 작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공시된 지수를 곧바로 바꿀 수 없다면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코픽스 금리는 9개 시중은행의 자금조달비용을 반영해 은행연합회에서 산출하는 주택담보대출 기준금리로 매월 15일 발표된다.

전국은행연합회는 12일 “대출과 파생상품 거래 등의 기준금리로 활용되는 지표금리는 안정성 확보 차원에서 공시된 이후에 수정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코픽스 또한 ‘코픽스 운영지침’에 수정하지 않도록 규정돼 있다”고 밝혔다.

금리를 틀리게 공시하더라도 곧장 수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은행연합회는 지난달 17일 공시한 코픽스 금리가 틀렸다는 사실을 지난달 27일부터 알고 있었지만 지난 8일에서야 수정 공시했다. 이 때문에 4만여명에 이르는 코픽스 금리 연동대출 고객들이 한 달 가까이 원래 내야 할 이자보다 더 많은 돈을 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자료에 오류가 있더라도 금리가 일단 공시되면 수정·재공시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운영지침 때문이다. 혹시 고치려면 협약한 은행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 참석차 일본을 방문 중인 박병원 은행연합회장은 전날 도쿄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우리가 (코픽스) 오류를 발견하고도 발표할 때까지 시간이 늦어진 것은 협약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각 은행과 은행연합회, 금융위원회 등은 코픽스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개선 작업에 들어갔다. 각 은행들은 코픽스 금리를 산정하는 기초자료 입력 절차를 보다 까다롭게 했다. 복수의 관계자가 수차례 확인해 틀린 자료를 제공하는 일을 줄이자는 취지다. 은행연합회 차원에서는 산정된 금리를 재검토하는 절차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금융소비자 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한다. 금융소비자원 관계자는 “현재 방식으로는 다시 금리 산정에서 실수가 발생해도 바로 수정되지 않고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반복된다”며 “금리산출 과정과 관리·감독 시스템 전반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