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알바’ 그것이 알고 싶다] “이 놈들 또 나타났네”… 정치권의 은밀한 청탁?
입력 2012-10-13 00:04
여론 흐리는 불순세력
“알바야, 딴 데 가서 놀아라.” “이 알바 놈들 또 나타났네.” 최근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알바’라는 단어를 검색해보면 이처럼 알바에 대해 반감을 나타내는 게시물을 쉽게 볼 수 있다. 아니, 알바가 무슨 죄? 하지만 SNS에서의 알바란 용돈이나 등록금 마련 등을 위한 알바가 아니라 특정 정당의 청탁을 받고 해당 정당에 유리한 게시물만 기계적으로 올려대는 이들을 의미한다. ‘SNS 알바’는 정말 실체가 있는 것일까.
‘SNS 알바’의 ‘실체’에 대해 현재까지 완전히 확인된 바는 없다. 문서화된 증거도, 정당 고위 관계자 등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이의 ‘커밍아웃’도 없었다. ‘의혹’만 무성할 뿐이다.
그나마 근거라면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가 지난달 26일 ‘봉주 21회 십자군 알바단과 터널 디도스 편’에서 새누리당이 여론조작을 위한 트위터 계정을 관리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440여개 계정을 공개한 것, 지난 4일 손인석(41) 전 새누리당 청년위원장의 “지난해 10·26 서울시장 재보선을 앞두고 나경원 후보를 돕기 위한 트위터 알바가 있었다”는 자술서 정도다.
또 정치권에서는 일부 홍보대행사가 청탁을 받아 ‘주민등록번호 생성기’를 중국에서 구입해 다수의 계정을 생성하거나 대행사 측에서 먼저 정당이나 선거캠프에 이런 행위를 제안해 온다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이것들도 결국 확인이라기보단 주장이나 소문에 가깝고 의혹의 극히 일부분만 뒷받침해 주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SNS 알바가 있다면 해당 정당 측에서 인정하기 전까진 확인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알바 아니냐’는 시선을 받는 트위터 계정에 대해 가장 많이 거론되는 특징은 ‘특정 정당에 유리한 게시물만을 집중적으로 올리거나 리트윗한다’는 정도다. 이것 역시 억지스럽다 해도 동일한 정치적 성향을 강렬하게 가지고 있는 사람끼리는 리트윗 게시물 등이 유사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반박이 가능하다.
이에 본보는 인터넷에서 알바라고 의심을 사고 있는 주요 트위터 계정들을 모아 이외에 어떤 특징이 있는지 분석해봤다. 그리고 알바라고 단언할 순 없지만 비정상적 공통점을 보이는 몇몇 ‘군(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자기소개, 지역명 방식 ‘매뉴얼처럼’=트위터는 자기소개부터 이미 개성이 넘치는 곳이다. 일정한 형식 같은 건 도저히 도출해 낼 수가 없다. 간략히 자기 직업만 밝히는 사람도 있고, 소소한 이야기부터 실명까지 모조리 공개하는 사람도 있다. 또 ‘여행/박물관/외국어…’ 이런 식으로 자신이 관심 있고 좋아하는 분야만 단어로 나열하는 이도 있다.
지역명 역시 ‘대한민국’ ‘한국’ ‘서울’ ‘인천 남구’ ‘KOREA’ ‘SEOUL’ ‘South Korea’ 등 한글과 영어 등의 단순한 지역이나 국가 명부터 시작해서 ‘경기도 어딘가’ ‘그냥 길 위’ 같은 자신만의 표현까지 다양하다. 또 아예 설정을 안 하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알바라고 의심을 받는 몇몇 계정은 자기소개와 지역명이 매뉴얼을 따른 것처럼 비슷했다. ‘안녕하세요. ∼입니다. ∼해 주세요’와 ‘OO(도 또는 시) OO(시 또는 구·동)’의 일정함을 나타낸다. ‘안녕하세요. 커피숍 운영하는 사람입니다. 맞팔해 주세요-서울 노원’ ‘안녕하세요, 평범한 주부입니다. 많은 대화 나누고 싶습니다-강원 고성’과 같은 식이다. 이들이 리트윗하는 게시물이나 기사 등은 상당 부분 일치하거나 비슷한 성격(특정 정당 옹호)의 게시물이 가득하다.
‘다수의 자기소개·지역명에서 유사한 패턴에 대다수의 게시물이 일치하며 성향도 같다.’ 트위터를 하는 사람이라면 안다. 트위터에서는 쉽게 나올 수 없는 확률이라는 것을.
◇‘손씨’ 집안의 연합?=아무 의미도 없는 것처럼 알파벳과 숫자를 붙여서 만든 아이디도 보인다. 그러나 이 아이디는 의미가 있다. 일단 ‘ths’다. ‘ths******’처럼 알파벳의 첫 세 글자는 꼭 ‘ths’로 시작하는 아이디들이 있다. 이를 한글로 변환하면 ‘손’이 된다. 그리고 아무렇게나 붙인 것 같은 뒤의 나머지 알파벳들도 한글로 변환해보면 약속이나 한 듯 모음과 자음이 합쳐져 결국 ‘손영*’ ‘손형*’ ‘손용*’과 같은 손씨 성을 가진 이름이 된다. 물론 이들도 게시물 일치 및 성향의 유사함을 보이는 건 기본이다.
◇이름에 ‘좌빨’ 등장하고…=이름에 ‘좌빨’ 용어가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계정들도 보였다. ‘좌빨들은 ∼하라’ ‘좌빨들을 ∼해라’는 식으로 공격적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저 극단적인 보수성향을 가진 이용자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앞선 두 그룹과 달리 게시물들이 일치하지 않음과 동시에 특정 정당에 유리한 정치적 내용의 게시물이 대부분이면서, 비(非)정치적 내용의 기사 게시물이 중간 중간 섞여있다는 것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똑같다.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