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벌개혁 논의에서 경계해야 할 것들

입력 2012-10-12 19:02

유력 대선 후보들의 재벌개혁 방안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11일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재벌개혁안을 담은 2차 경제민주화 공약을 내놓은 데 이어 12일에는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대통령 직속 재벌개혁위원회 설치 등을 공약으로 발표했다.

이보다 앞서 새누리당 내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은 지난달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 특히 경제력 집중과 남용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춘 재벌개혁안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당내 의견 조율이 마무리되지 않은 탓에 박근혜 후보의 재벌개혁안이 어떤 모습일 것인지는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다.

분명한 것은 유력 대선 후보 진영 모두가 공통적으로 대기업의 시장지배력 남용 경계, 공정한 시장 거래질서 확립 등을 주장한다는 점이다. 이는 재벌이 그간 개발연대의 역군, 수출입국의 견인차 등의 역할을 맡아 오면서 용인돼 왔던 한국적 부(否)의 특수성, 즉 경제력 집중, 불공정 거래, 왜곡된 지배구조 등의 문제군(群)들에 대한 본격적인 문제제기라는 점에서 유권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만 재벌개혁은 재벌 해체와 같은 징벌적 형태를 경계해야 한다. 재벌이 현재 담당하고 있는 역할 속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고치는 데 초점을 맞춰야 마땅하다. 재계를 비롯한 일각에서 경제민주화, 재벌개혁 등이 기업 때리기가 아니냐며 반발하는 것도 그런 이유를 배경으로 깔고 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 ‘더 나은 재벌정책’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미국뿐 아니라 한국 대선에서도 정치인들이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기업 때리기에 몰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라파엘 애미트 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도 이날 WSJ 아시아판 기고에서 “대선 정국에서 유력 후보들이 경제민주화를 내세우지만 자칫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재벌개혁이 유력 후보들의 선명성 경쟁으로 치달아 가서는 안 된다. 재벌과 국민경제의 공존 가능성을 최고 목표로 삼아 실행 가능한 구체안을 마련, 추진해야 할 것이다. 유권자 역시 터무니없는 개혁 주장에 현혹되지 않도록 각별히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