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캠퍼스 선교] 취업 준비·아르바이트… “전도할 시간 없어요”

입력 2012-10-12 20:57


캠퍼스에 교회를 잘 모르고, 거부하는 세대가 나타났다.

학복협 설문 조사 결과 전국의 대학 및 대학원생 1000명 중 66.7%가 ‘종교가 없다’고 답했고, 자신을 ‘기독교(개신교)인’이라 말한 이들은 17.2%였다. 불교(8.8%)와 천주교(7.3%)가 그 뒤를 이었다.

또 기독 학생을 제외하고는 교회를 단 한번도 다녀본 적이 없다고 응답한 이들이 86.3%를 차지해 대학생들의 종교 지형도가 점차 무교(無敎) 성향으로 바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성향을 지닌 요즘 대학생들이 보는 기독교는 어떤 모습일까. 기독 학생들은 ‘기독교인과 어울리는 단어’ 5가지를 묻는 질문에 ‘사랑’ ‘마음의 안정’ ‘사회 구제 및 봉사’ ‘희생’ ‘신뢰’ 순으로 긍정적인 응답만 선택했다. 하지만 비기독 학생들은 달랐다. ‘사랑’ ‘맹목적 추종’ ‘마음의 안정’ ‘사회 구제 및 봉사’ ‘이기주의’ 순으로 답했다. 교회를 모르고 영적 세계에 관심이 없는 세대, 행복을 경제적 잣대로 재단하는 세속적 크리스천의 증가, 그리고 기독교(인) 이미지 하락 앞에서 학원선교단체와 교회 청년·대학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선교단체 사역자들은 대학선교단체가 학생들의 변화된 의식과 행태를 파악하고 기독 학생을 ‘제자’로 양성해 비기독 학생들에게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늬만 그리스도인’을 ‘제자’로=선교단체 사역자들은 캠퍼스 내 기독 학생과 비기독 학생 사이의 의식이나 가치관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에 주목했다. 기독 학생들의 90% 이상이 고등학교 이전부터 교회를 다녔음에도 자기중심적이며 물질지향적인 세속적 가치관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김훈중 한국대학생선교회(CCC) 학원사역연구소장은 “하나님을 믿는다고 말하지만 삶의 선택에서 신앙 대신 세상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삶과 신앙의 이원화’가 학생들에게 나타나고 있다”며 “선교단체는 이들을 ‘어릴 때부터 학습된 하나님’이 아닌 ‘삶에서 만난 하나님’을 알고 말씀에 기초한 세계관을 갖추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임수 조이선교회 학원사역부 목사 역시 선교단체가 기독 학생들의 내면 변화를 위해 앞장설 것을 주문했다. 이 목사는 “선교단체의 사명은 복음전도이므로 말씀으로 이들의 삶의 내면이 바뀔 수 있도록 철저한 양육과 제자훈련이 필요하다”며 “제자훈련으로 신앙의 본을 보이는 학생들이 각자의 삶에서 복음을 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세대와 소통하는 전도를=기독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은 비기독 학생들을 전도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들을 이해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김성희 기독대학인회(ESF) 대표는 “진로와 취업문제로, 성정체성과 성윤리 문제, 인터넷·스마트폰 중독 문제 등으로 고민하는 청춘을 알아야 이들과 공감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 선교단체 사역자들이 ‘대학생의 멘토’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전문성을 갖추고 이들의 고민을 들어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달라진 세대를 위한 맞춤 전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훈중 소장은 “이전 세대에 비해 부모 의존도가 높고, 기독교 경험이 아주 없는 요즘 학생들의 세태를 알고 이들과의 접촉점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일부 대학은 학부모의 요청으로 선교단체가 어머니 기도회를 마련했고, CCC도 부모님이 원하면 수련회에 함께 참석케 한다”며 “비기독 학생도 선교단체 동아리 방에서 스터디모임을 하는 등 접촉 방법은 많다. 사역자들은 상황을 비관하지 말고 학생들이 주변에 영향력을 발휘토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영성관리의 중요성을 가르쳐라=대학 선교단체 사역자들은 요즘 대학생들이 종교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이유로 무한 경쟁 사회에서의 압박을 첫손에 꼽았다. 설문 조사에서도 학점과 취업에 매달릴 뿐 아니라 아르바이트까지 하는 상황에서 선교단체 활동까지 하면 시간적으로 부담을 느낀다는 기독 대학생들이 절반 이상에 달했다.

이임수 목사는 “과제와 아르바이트 등에 시간을 쓰는 학생들이 많아져 선교단체에서도 시간 관리를 이유로 떠나는 학생들이 많다”며 “그럼에도 제자훈련이 하나님을 알아 가는데 필수불가결한 과정이기에 선교단체에서 학생들이 일정 부분 훈련 시간을 가지도록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