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배 칼럼] 생각은 지구적으로, 행동은 지역적으로!
입력 2012-10-12 18:18
2013년 10월은 민족사적으로나 교회사적으로 획을 긋는 큰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왜냐하면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총회가 부산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여러 가지 다양한 견해들이 교환되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논의되고 있는 의견들이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논의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1948년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에서 창립된 세계교회협의회는 1·2차 세계대전이라는 인류의 참극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만 했던 전쟁 당사국 교회지도자들의 뼈아픈 반성과 회개에서부터 출발하였다. 종교개혁의 중심지였던 독일이 히틀러 국가사회주의의 포로가 되었고, 가톨릭의 중심지였던 이탈리아가 무솔리니의 파시스트 정권의 포로가 되어 전쟁에 가담하였다. 또 동방정교회의 중심지였던 러시아가 공산주의 혁명의 온상이 되어 세계대전의 주범이 되었던 것이다. 이들 종범국에 속한 교회의 지도자들은 교회가 개인영혼의 구원에만 관심을 기울인 나머지 사회적인 책임을 감당하지 못함으로 세계를 악마의 지배 아래 내어줄 수밖에 없었음을 뼈아프게 자각하고 회개하였다. 다시는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과 결의가 세계교회협의회 창립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필자는 내년에 한국에서 개최되는 가히 역사적이라 할 수 있는 세계교회협의회 제10차 총회 개최를 한국교회가 업그레이드되는 카이로스의 기회로 삼았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이 있다.
그 첫째로 이번 총회를 계기로 에큐메니컬 운동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이 깨지고 그 본래적인 의미가 드러나고 심화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신약성경에 기록된 헬라어 ‘오이쿠메네’는 단 하나 밖에 없는 지구를 말한다. 여기에서 파생된 ‘에큐메니컬 운동’이란 말은 단 하나밖에 없는 지구를 모든 사람이 함께 잘사는 하나의 세계, 하나의 교회로 이루어가는 것을 말한다. 이를 위해 그리스도인들은 매일 하나님의 말씀의 빛에 비추어 자신을 변화시킬 뿐만 아니라 자기가 속한 환경을 변화시켜가도록 부름을 받고 있다. 이와 같은 포괄적인 뜻을 지니고 있는 에큐메니컬 운동은 교회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본래적인 목적과 관련돼 있으며 교회가 지향하는 하나님나라운동의 다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세계교회협의회가 지향해왔던 교회일치운동의 교훈에서 지혜를 얻어 한국교회를 명실공히 대표할 수 있는 하나의 연합기구를 창출하는 기회로 삼자는 것이다.
현재 세계교회협의회 안에는 349개의 교단들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일명 연방연합모델이라고 불리는 세계교회협의회에는 서방교회역사와는 다른 길을 걸어온 동방정교회가 회원교회로 참여하고 있고 로마가톨릭교회도 옵서버로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기독교교회협의회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국교회연합도 세계교회가 일치운동 과정 가운데서 선택한 협의체 모델에 따라 조직된 연합기구들이다.
필자는 세계교회협의회 제10차 총회를 계기로 한국 기독교를 대표하는 3개의 연합기구가 명실공히 한국기독교를 대표하는 하나의 연합기구로 재편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본다. 하나의 신앙과 직제를 가진 일치된 하나의 교회를 이루는 일은 불가능하지만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 안에서 3개로 나누어진 연합기구들을 하나의 연합체로 재편하자는 것은 신학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믿는다. 다만 기득권의 문제일 뿐이다. 한국기독교를 명실공히 대표하는 하나의 연합기구를 탄생시키는 일이야말로 한국교회가 무엇보다도 일차적으로 추구해야 할 시대적 소명이요 과제이다.
셋째로 이번 총회를 통해 ‘생각은 지구적으로 행동은 지역적으로!(think globaly, act localy)’라는 에큐메니컬 운동의 비전을 실현하는 계기로 삼자는 것이다. 그동안 에큐메니컬 운동은 몇 사람의 엘리트들과 서울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음이 사실이다. 이번 총회를 계기로 에큐메니컬 운동이 서울만이 아니라 전 지역으로 확대되길 바란다. 특히 젊은 세대들이 복음을 들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예수 그리스도의 증인이 되는 영감을 얻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있다.
<목포예원교회목사·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상임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