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둘러싼 세대 갈등-가족 사랑 유머러스하게 그려…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 ‘텔레비전’

입력 2012-10-11 19:50

“한국의 김기덕 이창동 감독에게서 배움을 많이 얻었습니다. 여러분이 알다시피 부산국제영화제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영화제이고 세계적으로도 톱 10에 속하는 행사인데, 이 영화가 폐막작으로 선정된 것은 너무나 영광입니다. 방글라데시의 젊은 감독들에게도 많은 꿈을 주고 더 큰 무대로 나아가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1일 부산 해운대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열린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 ‘텔레비전’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방글라데시의 모스타파 파루키(39) 감독은 “매우 기쁘고 감사하다”는 말로 소감을 밝혔다. 기자회견에는 남자주인공 샤히르 카지 후다(57)와 파루키 감독의 부인이자 여주인공인 누스랏 임로세 티샤(23)가 참석했다. 진행은 이용관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이 맡았다.

파루키 감독은 “방글라데시에는 굉장히 많은 젊은 감독들이 생겨나고 있다”며 “미국 할리우드 영화를 모방하지 않고 방글라데시만의 특성을 가진 작품을 만들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폐막작이 상영되는 영화의전당 야외극장(4000여석)이 너무 크다”며 “관객이 가득 찼을 때 그 앞에 어떻게 설까 설레기도 하고 걱정도 된다”고 털어놨다.

방글라데시의 아방가르드 영화 제작 그룹을 이끌고 있는 파루키 감독은 ‘배첼러’(2003) ‘메이드 인 방글라데시’(2007)를 연출한 이후 2009년에 만든 ‘제3의 인생’으로 부산영화제에 첫선을 보였다. ‘텔레비전’은 부산영화제 측이 제작비 등을 지원하는 아시아프로젝트마켓(APM)에 2010년 선정된 작품이기도 하다.

‘텔레비전’은 뉴 방글라데시 시네마의 등장을 알리는 풍자영화다. 방글라데시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극단적인 이슬람주의자 촌장 아민이 TV와 휴대전화가 사악한 것이라며 일절 금기시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았다. 이를 통해 세대 간 갈등, 전통과 현대화의 가치, 가족의 사랑 등을 유머러스하면서도 신랄하게 펼쳐 보인다.

촌장 아민 역을 맡은 후다는 “젊은층이 TV와 스마트폰에 빠져드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결국 TV를 통해 구원을 받고, 가족을 사랑하는 나약한 노인”이라고 캐릭터를 설명했다. 영화에서 열애 중인 여인으로 나오는 티샤는 “방글라데시 여성들이 보기보다는 자유분방하다”고 말한 후 남편을 의식한 듯 “그렇지만 결혼하면 내조를 잘한다”며 웃었다.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텔레비전’을 폐막작으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소통이 필요한 사회적 문제들을 희극적으로 풀어 나가는 부분이 가슴에 와 닿았다”며 “TV 때문에 일어나는 세대 간 갈등을 보면서 우리나라는 그 반대로 ‘TV왕국’에 빠져있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텔레비전’은 영화제 폐막식이 열리는 13일 오후 7시 공식 상영된다.

부산=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