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文·安 대선 전쟁] 朴 보완카드 없고 외연확대 실패 “반쪽 선대위”

입력 2012-10-11 21:52

11일 발표된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인선은 지도부 총사퇴 등 전면쇄신론까지 나오며 격랑의 1주일을 보낸 뒤 나온 산고(産苦)의 결과다. 그러나 대선만 5년 넘게 준비한 박근혜 후보가 당초 구상했던 구도와 다른 모양새가 됐고, 당내에서조차 ‘반쪽 선대위’라는 냉랭한 평가가 나왔다.

◇외연 확대 실패=선대위 명단에 박 후보의 약점을 보완해 줄 인사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대통합위원장을 후보 본인이 맡은 대목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후보가 ‘산업화 세력’ 이미지가 강하고 대구·경북(TK) 지역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는 점으로 미뤄 ‘호남 출신 또는 민주화 세력’ 인물을 기용할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통합위에는 최홍재 당협위원장, 김용직 성신여대 사회과학대학장, 김준용 워킹푸어 국민연대 위원장 등 뉴라이트 인사들도 대거 합류해 논란이 예상된다.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의 최측근 박선영 전 의원이 특보단에 포함된 점도 보수색채 강화로 평가된다.

이재오 의원 등 박 후보를 비판했던 비(非)박근혜계 인사들은 명단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정몽준 전 대표가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정도다. 박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계속 연락드려서 (선대위 직책을) 제의할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 관계자는 “‘100% 대한민국’은커녕 ‘100% 새누리’도 못하는 모습”이라고 반응했다.

호남 출신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 정부에서 일했던 진념 전 경제부총리는 이날 오전까지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거론됐다. ‘동서화합’ 차원이었다. 그러나 발표에는 재벌 2세로 분류되는 정 전 대표와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이 내정됐다.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은 박 후보 외곽 조직으로 알려진 충청미래정책포럼에서 고문으로 활동한 전력이 있다. 김성태 의원은 “선대위원장 인선이 감동도 없고 밋밋하다”며 평가절하했다.

◇삼고초려까지 했지만=박 후보는 “어떤 분을 모시려 해서 그분이 기꺼이 참여하겠다는 답을 확실히 받았다. 그런데 이게 미리 보도되자 (참여를) 반대하는 쪽에서 그분에게 막 ‘가지 마라’ 이렇게 압력을 넣어서 포기한 경우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후보가 언급한 ‘어떤 분’은 진 전 부총리를 비롯해 김지하 시인, 송호근 서울대 교수, 박상증 전 참여연대 공동대표 등 그동안 하마평이 나돌았던 인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가 서너 차례 직접 찾아가 설득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인재 영입에 실패한 꼴이 됐다.

이재오 의원에 대해 박 후보는 “선대위에 모시려고 여러 번 연락을 드렸는데 연락이 안 닿았고 답을 못 들은 상태”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 친박계 의원은 “후보가 연락만 시도하지 말고 낮은 자세로 이 의원을 찾아가서라도 모셔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재 영입 타이밍에서도 실기(失機)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박 후보가 지지율이 50%를 넘나들 때는 영입에 소홀하다 대세론이 흔들린 다음에야 본격적으로 나섰기 때문에 참여를 꺼렸다는 분석이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