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른 위기, 방패 찾는 재계… “표만 노린 무책임한 포퓰리즘”

입력 2012-10-12 00:31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재벌개혁을 내용으로 하는 경제민주화 정책들을 내놓자 재계가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재계는 경제민주화 관련 공약이나 정책이 글로벌 경제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표만 노린 대표적인 포퓰리즘 행태라고 각을 세우며 여론전에 나설 방침이다. 경제민주화보다 경제위기 극복이 더 시급하다는 논리도 강화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11일 “경제민주화가 ‘대기업 때리기’와 동일어가 돼서는 안 된다”면서 “정치권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는 정치권의 과도한 규제가 글로벌 경제위기 상황에서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위축시킨다고 판단될 경우 투자 축소와 신규 채용 감축 등의 카드로 맞대응하며 정치권과 정면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4%로 낮춰 잡은 것과 관련, “이 전망치는 경제개발이 본격화한 70년대 이후 석유파동, 외환위기, 금융위기 때를 제외하면 40여년 만에 가장 낮은 경제 위기에 준하는 수준”이라며 “정부와 정치권은 기업의 투자활동을 위축시키는 각종 규제 도입을 재고하고 경제살리기를 위한 비상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열린 한국경제연구원 주최 토론회에서 민병국 강원대 교수는 “경제민주화가 아닌 경제자유화에 답이 있다”고 강조했다.

재계는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화 움직임이 글로벌 경제침체의 장기화와 그에 따른 한국 경제 위축이라는 위기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날을 세우고 있다.

위기 상황 타개를 위한 투자 축소 논의도 이미 본격화됐다.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열린 DMC(완제품) 부문 임원회의에서는 ‘위기대응’이 키워드로 떠올랐다. 삼성이 공격적인 투자를 포기하고 보수적인 투자로 선회할 경우 다른 대기업들도 이 같은 움직임에 동조할 가능성이 크다.

재계는 라파엘 에미트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가 월스트리트저널(WSJ) 아시아판에 기고한 칼럼에서 정치인들이 대기업과 소모적인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한 점도 거론하며 정치권의 포퓰리즘적 움직임은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정치권이 일자리 창출과 서민 경제 활성화 등에 기여했던 대기업의 긍정적 역할을 부정하며 반기업 정서를 확산시키고 있다”면서 “성급한 경제민주화 논의는 접어두고 정치권과 재계가 힘을 합쳐 글로벌 경제위기 상황을 극복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