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 경비대는 밤에 쉬어서…” 말도 안되는 軍의 해명

입력 2012-10-11 22:20

귀순 北 병사 소초 노크 무반응 안팎

북한군 병사 ‘노크 귀순 사건’은 전방부대의 한심한 경계 태세와 함께 우리 군의 난맥상을 총체적으로 보여준 사례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철책을 넘은 북한 병사가 경계근무 초소를 두 군데나 들러 문을 두드리며 휴전선 남쪽 우리 지역을 활보하는 동안 우리 군은 무방비 상태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군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북한 병사는 지난 2일 오후 11시 우리 측 철책을 넘은 뒤 가장 가까운 동해선 경비대 건물로 찾아가 문을 두드렸지만 안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한참을 기다리던 이 병사는 인근 육군 22사단 내륙 제1소초(GOP) 생활관으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동해선 경비대 건물 2층에는 병사 20∼30명이 있었고, 불침번을 서던 병사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합참 관계자는 11일 “해안 경비대는 낮에 경비를 서고 밤에는 쉰다”면서 “상황병만 근무를 서서 내무반을 돌아보느라 아마도 문 두드리는 소리를 못 들은 것 같다”고 해명했다. 결국 밤에는 동해안 쪽 북한 경계지역은 무방비나 다름없다고 시인한 셈이다.

북한 병사가 발견된 1소초 부근에서는 CCTV조차 녹화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일 오후 7시부터 다음 날 오전 1시까지 녹화 기능이 중지돼 있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한 치의 빈틈도 없어야 할 최전선에서 CCTV가 고장 났음에도 합참은 “종종 녹화가 안 되는 경우가 있다. 해당 부대가 의도적으로 삭제한 건 아니다”고 변명만 거듭했다.

북한 병사를 발견한 이 부대의 초동보고가 모두 거짓이었으며 수정보고는 합참 상황장교에 의해 묵살당했다는 사실도 군 기강해이를 단적으로 드러냈다.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사건 당시 보고체계 부실로 온갖 질타를 다 받았던 합참이 반성은커녕 그때보다 더 심한 허위보고 시나리오를 만들어 낸 셈이다.

22사단이 소속된 1군사령부 상황장교는 초동보고가 허위임을 발견하고 3일 오후 5시7분쯤 합참 상황장교에게 바뀐 보고 자료를 보냈다고 전화로 통고했지만 합참 상황장교는 이를 무시했다. 합참의장은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10일 오전에야 이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08년에도 북한군 장교 1명이 판문점 인근에서 백기를 들고 생활관까지 내려와 귀순의사를 밝혔다. 당시 해당부대원들은 귀순자를 먼저 발견하고 유도작전을 한 것처럼 상부에 허위 보고했다. 이들은 포상까지 받았으나 사실이 탄로나 포상이 취소되고 징계처분을 받았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