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원 이어 임금 삭감… 기업들 ‘뼈깎는 아픔’

입력 2012-10-11 19:09


자금 사정이 악화된 기업들이 감원에 이어 임직원들의 월급을 깎는 고육책을 꺼내들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불황 장기화가 샐러리맨들의 고용은 물론 지갑까지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4분기에도 기업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을 것으로 조사돼 임금 삭감을 추진하는 기업은 늘어날 전망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동부제철은 이달부터 12월까지 임직원들의 임금을 30% 삭감하기로 했다. 2009년 1조원 이상을 투자해 전기로제철소를 지은 동부제철은 때마침 불어닥친 불황의 여파로 지난해 2169억원 적자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767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유럽 재정위기와 국내 부동산 장기불황에 따른 수요 감소, 중국발 공급과잉 등이 겹치면서 철강제품 값이 급락해 업체들은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위기에 봉착해 있다”며 “동부제철 외에 중소형 철강업체들도 감산과 임금 삭감, 감원 등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농협금융지주도 7개 계열사 임원의 임금을 8월부터 12월까지 10% 삭감하기로 했다. 또 지난 7월 하이트진로 사측과 노조가 임금 동결에 합의하는 등 인건비를 묶어두는 기업도 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100인 이상 사업장 가운데 지난 7월까지 임금교섭을 타결한 3408곳의 12.7%가 임금을 동결하거나 삭감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포인트 높은 수치다.

임금 삭감뿐 아니라 인력 구조조정 등 상당수 기업들이 불황 극복용 극약처방을 줄줄이 내놓고 있다. 르노삼성과 한국지엠은 최근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했고, 극심한 수주난에 허덕이고 있는 조선업계에서도 자산매각 등을 통한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문제는 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당분간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최근 전국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4분기 기업자금사정지수(FBSI)를 조사한 결과 3분기보다 3포인트 하락한 86으로 집계됐다. FBSI는 기업들의 자금흐름을 수치화한 것으로, 100 미만이면 이전 분기보다 자금 사정이 악화될 것을 예상하는 기업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들의 69.1%는 자금 사정 악화 이유로 ‘매출 감소’를 꼽았다.

한 대기업 임원은 “회사 자금사정이 어렵다는 인식이 퍼질 수 있어 비공개로 추진하고 있지만 임금 10% 자진반납, 성과급 미지급 등 2008년 리먼 사태 직후 빼들었던 위기극복 카드를 검토하고 있는 기업들이 많다”고 전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