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업체 가격 인상 꼼수에 지쳤는데… 실속형 ‘반값’ 제품에 소비자 ‘반색’
입력 2012-10-11 21:38
기존 제조업체들의 가격 눈속임에 지친 소비자들이 실속형 제품에 눈을 돌리고 있다. 대형마트들은 이런 흐름에 맞춰 직접 기획·제작·판매까지 하는 ‘반값’ 제품을 잇달아 내놓으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11일 식품·유통업계에 따르면 식품업체들은 최근 한두 달 사이 잇달아 가격을 올리면서 여러 가지 ‘꼼수’를 동원해 인상폭을 최저로 한 것처럼 해왔다. 롯데칠성은 지난 8월 음료제품 10개의 출고 가격을 올리면서 인상 수준을 3%로 최소화했다고 했다. 하지만 칠성사이다와 펩시콜라는 7%의 인상폭이었다. 인기제품은 올리고, 비인기 제품은 낮춰 평균적으로 낮아보이게 한 것이다.
제품을 리뉴얼하면서 가격을 올리는 것도 단골 수법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 7월 숙취해소 음료인 ‘헛개 컨디션 파워’를 리뉴얼하면서 가격을 12.5% 인상했다. 오리온도 지난 5월 다이제를 리뉴얼하면서 제품 가격을 300원 올렸다. 주부 이모(36)씨는 “별로 달라진 것도 없는 게 가격이 오른 걸 보면 화가 날 지경”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반값’을 구호로 내건 유통업체들의 PB제품에 소비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6일 출시된 ‘이마트 베스 콜라’(355㎖·6입)의 경우 한 달간 4만7000여개가 팔려 같은 양의 코카콜라 제품 판매량(4만9500개)의 95% 수준에 육박했다. 이마트 최성재 가공식품담당 부사장은 “품질 대비 가격이 저렴한 점이 입소문이 나면서 기대 이상의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가 한국콜마와 손잡고 지난 4일 출시한 ‘엘뷰티 수분크림’도 유명 브랜드보다 80%가량 싼 가격을 내세워 일주일간 각각 5000개 이상 팔렸고, 7월 선보인 통큰 아이스크림도 월평균 4만5000개씩 팔리고 있다. 각각 비슷한 제품과 비교해 3∼4배 판매가 많다.
이마트는 최고급 캐시미어인 몽골산 캐시미어를 원료로 한 캐시미어 100% 니트와 카디건을 각각 5만9800원과 6만9900원에 판매한다고 밝혔다.
이런 반값 제품은 일회성 마케팅으로 가격을 내리는 게 아니라 제품 기획·제조·판매를 직접 해 단가를 낮추고 지속적으로 낮은 가격에 판매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반값’ 상품은 먹거리에서 의류까지 점차 확대되는 분위기다. 다만 말이 반값이지 기존 제품보다 30% 정도 싼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