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2명 중 1명 “2012년 김장 포기”

입력 2012-10-11 18:51

서울 잠실에 사는 주부 고현우(32)씨는 올해 김장을 포기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직접 김치를 담그는 것보다 사먹는 게 합리적이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어린아이들을 키우느라 김장까지 할 여력이 없는 데다 물가도 올라 이것저것 따져보면 김장을 하지 않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씨는 “아이가 어느 정도 커서 여유가 생기고 채소 가격도 저렴해진 상황이 아니라면 엄두를 내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주부의 절반 이상이 올해 김장을 담그지 않을 계획이다.

11일 대상FNF 종가집에 따르면 주부 및 블로거 288명을 대상으로 올해 김장계획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52.7%가 ‘올해 김장을 담그지 않을 예정’이라고 응답했다.

물가상승에 따른 소비심리 불안과 맞벌이나 핵가족 등 가족환경 변화가 ‘김장 포기족’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배추와 무, 고춧가루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면서 다음 달 김장을 앞둔 주부들의 마음이 벌써부터 무겁다.

요즘 배추 한 포기의 소매가격은 4000원 안팎이다. 지난해 이맘때 2200원 선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지난해 1개에 1500원 정도 했던 무도 지금은 2500원으로 올랐다.

고춧가루는 최근 들어 가격이 내려가고 있지만 여전히 도매가격 600g에 1만1000원 선으로 예년의 두 배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요즘 김장 채소 가격이 오르는 것은 지난여름 폭염과 잇단 태풍으로 작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김장을 담그지 않겠다고 응답한 주부들 가운데 ‘포장김치를 구입’(64.5%)하는 방법으로 김치를 먹겠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김장을 담글 예정이라고 응답한 주부들도 불황과 채소값 상승으로 인한 비용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주부들은 김장 시 가장 걱정되는 부분으로 ‘김장 재료비용 부담’(39.7%)이라고 답했고 김장 재료 중에는 ‘고추’(38%)와 ‘배추’(35.9%) 가격이 올랐다고 느끼는 주부들이 많았다.

업계 관계자는 “지속되는 경기 불황과 태풍 등으로 인해 김장 재료 가격이 많이 올라 김장을 포기하는 주부들이 많다”며 “워킹맘 등이 늘어남에 따라 포장김치나 절임배추 구입을 통해 수고를 줄이는 게 요즘 트렌드”라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