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 기준금리 인하] 김중수 “카드 아낄 상황 아니다”… 경기 악화 막기 다급
입력 2012-10-11 21:45
한국은행이 다급해졌다. 장기 저성장 국면이 내년 말까지 이어진다는 사실을 공식화하면서 총액한도대출금리 인하까지 사실상 현재 내놓을 수 있는 모든 경기부양 카드를 다 꺼내들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향후 추가 경기 악화를 대비해 정책 여력을 비축해놓을 만한 상황이 아니다”며 기준금리 인하의 시급함을 설명했다.
한은이 11일 발표한 올해 우리경제 성장률 전망치(2.4%)는 상황이 얼마나 급박하게 돌아가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것으로 대내외 기관을 통틀어 가장 낮은 수치다. 한은은 불과 3개월 전인 지난 7월까지만 해도 올해 3% 성장 전망을 고수했다. 예상보다 경기 하강 속도가 무척 가팔랐다는 의미다. 호전을 기대했던 대외 여건도 최근 급격히 악화됐다. 기대했던 선진국 양적완화 정책은 ‘반짝’ 효과에 그쳤고, 유럽 재정위기는 다시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여기에 중국 등 신흥시장국의 경기 둔화가 연쇄적으로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판단한 한은은 내년 경제성장률마저 지난 7월 전망치(3.8%)보다 0.6% 포인트나 낮췄다.
미공개 정보까지 취합하는 중앙은행이 2%대 성장률 전망을 내놓은 것은 장기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는 시장의 우려를 공식화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리 경제가 3% 미만 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이 마지막이다.
상황이 급박하자 한은은 기준금리 및 총액한도대출금리 인하를 모두 내놓았다. 기준금리 인하는 3개월 만이고, 총액한도대출금리 인하는 2009년 2월 이후 44개월 만이다. 한은은 지난 8∼9월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동결했었다. 다만 시장 일부에서 제기됐던 0.50% 포인트에 이르는 기준금리 대폭 인하 논의는 없었다. 김 총재는 “금리정책의 과잉 대응은 경기 악화에 대한 불필요한 우려를 자극할 수 있어 (금리 대폭 인하는) 고려하지 않았다”면서 “이번 금리 인하가 우리 경제의 성장세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한국은행의 금융기관에 대한 여·수신 이율’을 개정해 총액한도대출금리를 연 1.5%에서 1.25%로 낮췄다. 총액한도대출은 은행이 중소기업에 대출해줄 경우 실적에 따라 한은이 낮은 금리로 지원해주는 정책금융 자금이다. 이 금리가 낮아지면 그만큼 중소기업은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시중에 유동성이 대거 공급되면서 가계부채 총량 증가, 물가 상승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 통상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하하면 물가는 2분기 내 0.02% 포인트, 1년 내 0.05% 포인트 정도 상승한다.
이 때문에 한은은 내년부터 2015년까지 적용되는 중기 물가안정 목표 상한을 내려 잡았다. 기존 ‘2∼4%(3±1%)’에서 ‘2.5∼3.5%’로 변경해 상한을 낮추고, 물가 안정 목표 범위를 1% 포인트 줄인 것도 경기부양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물가 관리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상승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뜻이다. 물가안정목표제는 과거처럼 특정기간(1년)의 물가상승률 평균을 목표로 맞추기보다는 2∼3년 내외의 중기적 관점에서 물가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도입됐다.
김 총재는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우리가 글로벌 금융위기 한가운데에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며 “이번 금리인하 조치는 실보다 득이 많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