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 기준금리 인하] “인하 조치 失期… 경기둔화 바꾸기엔 역부족”

입력 2012-10-11 18:54

이미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했던 주식·채권시장 등 금융시장은 냉담했다. 주가는 내리고, 채권 금리는 올랐다.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경기 둔화 흐름을 바꾸지 못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변동금리대출이 많은 가계의 이자상환 부담을 다소 줄일 수는 있지만 소비·설비투자 증가 등 실물경기 회복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각국의 경기부양책 실시로 이미 상당한 유동성이 시장에 풀려 있는 만큼 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실기(失期)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1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5.13포인트(0.78%) 내린 1933.09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11일 이후 1개월 만에 다시 1930선으로 내려앉았다. 증시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영향은 받지 않은 채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과 스페인 신용등급 강등에만 반응했다.

채권 금리는 기준금리와 반대로 상승했다.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3bp(1bp=0.01%) 오른 2.74%에 거래됐다. 1년 만기 국고채와 5년 만기 국고채도 각각 3bp 오른 2.80%, 2.81%에 마감했다.

이명활 금융연구원 거시·국제금융연구실장은 “내수 진작 효과를 거두려면 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하기보다는 지난 7월부터 연속적으로 내리는 것이 바람직했다”고 꼬집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 최저치였던 연 2.0%를 기준금리 인하의 하한선으로 본다면 지난 7월 이후 더욱 적극적인 통화정책이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이 실장은 “연내 한 차례 정도만 추가 인하를 계획했을 한은의 입장을 이해한다”면서도 “금리 인하가 연속적으로 이뤄져야 경제 주체들의 심리적인 효과도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한은이 미국의 3차 양적완화(QE3) 효과를 염두에 두고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던 것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강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QE3 이후 해외 자금 유입이 원화 강세를 낳아 수출기업 손해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기준금리마저 높게 유지해 환율 하락 압력이 더욱 커져 있었다”고 했다. 강 부장은 “해외의 경기부양책에 힘입겠다는 기대감은 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자본시장이 개방화된 우리나라의 특성상 동의하기 어려웠다”며 “한은이 지난달에는 기준금리를 인하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금융투자업계도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크게 기대하지 않고 있다. 지난 7월에 인하한 효과가 크지 않았고, 관건인 실물경기의 회복으로까지 이어질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이창목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리 인하는 시발점일 뿐이고, 결국 실물경기가 일어서야 한다”며 “웅크리고 있는 기업의 설비투자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세제 혜택 등 추가 정책이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