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공사 선박 177척 방치… 기름 줄줄

입력 2012-10-11 18:42


4대강 공사에 사용됐던 선박 170여척이 하천에 그대로 방치돼 있자 정부가 500억원의 혈세를 들여 사들인 뒤 폐기처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방치된 선박들에서 수차례 기름이 유출되는 등 심각한 하천 오염도 우려된다.

국토부와 환경부가 11일 최봉홍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4대강 공사에 사용됐던 준설선 골재채취선 예인선 등 선박 177척이 기약 없이 정박·방치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준설선은 부식되거나 녹이 슨 상태로 강 유역에 그대로 남겨져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낙동강 유역에 155척이 방치돼 있고 금강 18척, 영산강 3척, 한강에 1척이 남아 있다.

방치된 선박에서 흘러나온 기름이 강 유역을 뒤덮는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8월 영산강 하구에 방치돼 있던 준설선이 태풍에 의해 쓸려내려가면서 선체 안에 있던 벙커A유와 기름 찌꺼기가 영산호로 유출됐다. 지난해 2월에도 영산강 인근에 사업자 부도로 방치된 준설선과 예인선이 침몰해 연료통에 있던 기름 400ℓ가 한꺼번에 유출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금강에 있던 준설선에서 벙커C유 등 기름이 유출됐으나 시공업체가 이를 숨겨 24시간 넘게 계속 유출된 사례도 발생했다. 최근 2년간 7건의 방치선박 관련 수질오염 사고가 발생했다.

방치된 선박으로부터 하천 오염을 막기 위해서는 선박 내 유류를 제거하고 주위에 오일펜스를 설치해야 하지만 정부는 이 역시 주먹구구로 대응하고 있다. 현재 낙동강 유역에 방치된 선박 100척 중 여전히 기름이 담긴 선박이 75척에 달했고 오일펜스 미설치 선박은 60척이나 됐다.

선박들은 4대강 지역에서 골재채취업을 하던 업체들이 사용하던 것이다. 4대강 사업 당시에는 준설 작업에 투입됐다가 사업이 완료되자 일거리를 잃은 업체들은 “4대강 사업으로 생업을 잃었기 때문에 정부가 보상해야 한다”며 선박을 방치해 두고 있다. 정부는 지난 5월부터 이들에게 선박 철수를 수차례 요청했지만 해결이 안 됐다. 결국 보상 차원에서 선박을 사들이기로 하고 관련 예산 420억원을 책정했다. 177척의 선박을 사들이는 데는 400억∼5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국토부는 예상하고 있다. 현재 가장 많은 시설·장비가 방치돼 있는 낙동강 유역에만 320억원의 보상비가 책정돼 있다.

최 의원은 “현 상태라면 방치된 준설선 철거 작업을 최대한 빨리 시작해도 내년 3월이 지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기름 유출로 인한 하천 오염이 우려되는 만큼 시급한 처리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