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홍콩 복음화 헌신 칼 라이헬트 선교사 발자취를 찾아

입력 2012-10-11 10:48


“말씀 전파에는 성역이 없다” 20여년만에 승려까지 전도해

한국인이 많이 찾는 여행지이자 음식과 쇼핑으로 유명한 홍콩. 이 홍콩에서 무려 20여년 동안 복음의 씨앗을 뿌린 이가 있어 많은 크리스천에게 도전을 주고 있다.

칼 루드빅 라이헬트(1877∼1952·노르웨이) 선교사. 그의 헌신적인 삶을 직접 살펴보기 위해 그가 사역하고 세운 홍콩 사틴(沙田)지역의 타오퐁산(道風山)교회를 최근 찾았다. 교회는 마치 불교의 절처럼 보였다. 기와를 얻고 나무기둥을 세워 현판을 붙인 것과 색채 또한 그랬다. 하지만 강단과 긴 의자가 놓여 있고 입구에는 성경 찬송가와 전도지가 성도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예배당 안에는 ‘도성육신’(道成肉身·말씀이 육신이 되어 사람으로 오신 하나님이란 뜻)이란 팻말이 붙어 있었다.

성전을 뒤로 한 채 오솔길을 따라 200m 정도 내려가면 홍콩시내가 훤히 보이는 언덕에 커다란 나무십자가가 세워져 있었다. 십자가 위에는 ‘성료’(成了), 곧 ‘다 이루었다’는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하신 마지막 말씀이 기록돼 있었다. 그 옆 정자에는 ‘고기를 낚는 베드로, 오병이어의 기적, 돌아온 탕자’ 등 천정의 벽화가 눈에 띄었다. 특이한 교회 모습을 보며 라이헬트 선교사의 독특한 선교가 불교권 선교에 대한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토착화전도’의 일환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교회를 개척한 라이헬트 선교사는 1929년 홍콩에 도착했다. 그의 계획은 특별한 종교인, 즉 불교 수도승을 선교하는 것이었다. 매일 기도하며 성경말씀을 묵상하면서도 불교에 관한 지식을 배웠다. 승려들에게 불교철학과 문학을 배우고 또 연구했다. 몇 달이 지나자 자연스레 승려와 불교 신자들과 대화가 가능해졌다. 이후 그는 아예 머리를 깎고 이곳 타오퐁산의 절로 들어가 불교인들과 함께 생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전도는 너무나 힘들었다. 전도열매를 맺지 못한 상황에서 사찰생활을 해 본국 선교본부로부터 선교사 자격박탈 위기까지 놓였다. 세 번이나 소환명령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나는 변질되지 않았다. 더 기다려 달라”는 요청을 보내 선교사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세계 2차대전이 발발하면서 본국과의 연락마저 두절됐다.

그는 ‘홍콩 복음화‘라는 분명한 목표가 있었다. 별의별 비방을 들으면서도 묵묵히 복음의 씨앗을 뿌렸고 결국 열매를 맺었다. 불교 지도자를 전도하고 세례를 주는 역사가 일어난 것이다. 하나님의 생명의 말씀이 들어가자 구원의 역사가 속속 일어났다. 23년 동안 542명의 승려와 281명의 지식인들, 40명의 도교승이 타오퐁산에서 수학했다. 수련생 56명이 세례를 받았다. 그는 중국인이 좋아하는 숫자 8을 활용한 팔각정 모양의 타오퐁산 교회를 건축해 홍콩 선교의 전초기지로 삼았다. 루터신학교와 기독교연구소, 세계교회센터, 수양관 등을 잇따라 건립했다.

그의 숨결이 느껴지는 타오퐁산 교회에서 홍콩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였다. 23년간 선교를 포기하지 않은 라이헬트 선교사의 열정과 헌신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그를 기념해 세운 5m 높이의 대형 나무십자가가 석양에 물들고 있었다.

홍콩=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